얼마 전 유명한 모 재벌그룹 부회장 가족들 사이에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 공개 관련 소송이 있었다고 여러 언론에 기사가 나왔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모 부회장의 부모님이 2019년과 2020년에 돌아가셨다. 모 부회장은 장남이었는데, 동생들은 장례식 이후 장남이 가지고 간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을 공개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부회장측은 동생들 문상객 방명록은 이미 알려주었고, 전체 방명록을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생들은 장례식 방명록은 상속인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습이므로 전체 방명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방명록은 자녀들이 모두 열람, 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를 보관, 관리하는 자는 다른 자녀들이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 조리상 의무가 있다”며 동생들에게 방명록 전부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법원이 말한 '조리'라는 것은 사회통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방명록 공개 문제로 소송까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방명록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상속인들 사이에 감정적인 갈등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방명록 문제 외에 부모님 장례 관련 상속인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부모님 유체 처리 문제다. 부모님 유체를 화장할 것인지, 매장할 것인지, 매장을 한다면 어디에 할 것인지 상속인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만일 부모님이 매장해달라고 생전에 말씀하셨는데, 장남이 자기 뜻대로 화장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명록 공개 문제와 마찬가지로 부모님 유체 처리 방법과 관련해서도 법에 정해진 규정은 없다. 우리 판례는 부모님 유체 처리는 제사주재자 뜻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제사주재자는 부모님 제사를 실제로 주재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상속인들이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장남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기준이다. 또한 판례는 부모님이 생전에 유체 처리 방법을 지정 하셨더라도, 제사주재자가 이러한 부모님의 의사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고 했다.
부모님 장례식 부의금 처리를 두고도 가족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에 관해서도 법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 부의금은 돌아가신 부모님 지인들이 접수한 돈도 있을 수 있고, 상속인들 지인들이 접수한 돈, 상속인이 아닌 가족들의 지인이 접수한 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해 접수한 돈인지 상관 없이, 부의금을 접수한 사람은 장례비용에 도움을 주려는 생각으로 접수했다고 봐야 하고, 부의금은 전부 장례비용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통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부의금은 전부 장례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례비용으로 쓰고 남은 부의금이 있을 경우 그 돈을 어떻게 나눌지가 문제인데, 부의금을 접수받은 비율대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예를 들면 부의금이 총 1000만 원 접수되었고, 아들 3명이 각자 200만 원, 300만 원, 500만 원씩 부의금을 접수한 경우, 장례비용으로 500만 원을 쓰고, 500만 원이 남았다면 아들 3명이 부의금을 접수한 비율대로 100만 원, 150만 원, 250만 원씩 남은 부의금을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의금은 서로 상부상조 하는 것이 관습이므로 부의금을 받은 사람이 다시 도움을 드려야 하고, 부의금을 접수한 사람도 자신의 지인에게 준다는 생각으로 접수 했을 것이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하급심 판례 중에도 이와 같이 부의금을 나눈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