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여성 재발성 방광염에는 세 종류가 존재하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항생제 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재발성 방광염 치료’ 실마리를 제시한 중요한 발견으로 주목받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마이크로바이옴연구단은 최근 여성 재발성 방광염은 단순히 한 종류가 아닌 세 종류의 미생물 생태계가 방광 내에 구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연구단장인 김영호 순천향대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비롯해 이 병원 김웅빈(비뇨의학과), 유정주·유창범(소화기내과), 신희봉(진담검사의학과), 신응진(대장항문외과) 교수 등이 참여해 다학제로 진행됐다.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너널에 최근 발표됐다.
방광염은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기존 학설로 인해 주로 장 등 외부로부터 균이 역주행해 생긴다고 여겨왔다. 이는 방광염의 주원인 축을 ‘장-방광 축(gut-bladder axis)’으로 보는 관점으로 현재의 항생제 내성 문제나 재발률 문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알려진 장-방광 축이 아닌 ‘장-방광-질 축(gut-bladder-vagina axis)’을 통해 균주가 이동하므로 방광 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가 전혀 다르게 구성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크게 3종류로 △장에서 넘어온 ‘대장균(Escherichia)’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 △질에서 질염을 주로 유발하는 ‘가드넬라 질균(Gardnerella vaginalis)’이 우세 균주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장균’과 상호 작용(Quorum Sensing) △‘유산균(Lactobacillus)’이 우세 균주를 이루는 생태계다.
김영호 연구단장은 “요로감염은 폐렴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며, 고령화로 인해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 재발성 요로감염과 항생제 내성은 국가마다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재발성 방광염은 여성 환자에게서 흔하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현재 요로 병원체의 약 80%가 최소 두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MDR)으로 항생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처방에도 불구하고 여성 환자 25~30%에서 방광염이 재발한다. 또한 항생제 가이드라인도 국가 간에 이견이 있지만, 병리 생태학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국제적 협의가 어려웠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질염 균이 방광에 들어가서 직접 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광염 균과 상호 작용해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는 기존 장-방광 축의 세균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과 퀴놀론 계열’에 내성이 생겨 잘 치료되지 않던 환자가 줄어들고, 항생제 가이드라인의 국제적 협의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연구 의미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