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내 영화 불편하다고도...단순한 메시지보단 질문 남길 것”

입력 2022-04-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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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내 영화를 보고) 진짜 현실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리얼리즘이다, 다큐같다, 영화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불편하다고도 해요. 하지만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관객에게 좀 더 오래 질문을 남기고 자신의 삶과 영화가 연결되는 감정을 느끼게하고 싶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이 29일 전주 영화의거리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영화에 대해 말했다.

28일 개막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특별전을 통해 이창동 감독의 전작 ‘초록물고기’(1997),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등 6편을 상영한다. 이 감독의 신작 단편영화 ‘심장소리’, 그를 주인공으로 프랑스 알랭 마자르 감독이 촬영한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도 최초 공개한다.

첫선을 보이는 이창동 감독의 단편영화 ‘심장소리’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하는 해고노동자 남편, 우울증에 걸린 엄마(전도연) 그리고 엄마를 지키고 싶은 아들(김건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감독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를 비롯한 몇몇 나라의 감독들에게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단편영화를 만들어 하나의 옴니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심장소리’의 시작을 전했다.

▲'심장소리'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심장소리'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이어 “우울증을 앓는 엄마를 둔 아이의 불안과 걱정, 엄마를 구해야겠다는 원초적 욕망을 다룬다. 관객이 엄마의 우울증이 어디에서 온 건지,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의 고통은 어떨지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아이의 욕망과 생명에 대한 갈증이 (제목이 의미하는) ‘뛰는 심장’일 텐데, 그 심장 소리도 같이 느끼기를 바랐다”고 했다.

신도시 조성과정에서 쫓겨난 이들을 다룬 ‘초록물고기’,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박하사탕’,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재를 다룬 ‘버닝’ 등 현실 반영적 작품을 내놓은 데 이어 해고노동자와 우울증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다룬 걸 두고는 “억압적인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가 (사람들을) 짓누르던 80년대에 활동한 작가로서 현실의 부조리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정체성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창동 감독, 문석 프로그래머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 문석 프로그래머 (전주국제영화제)

이 감독은 한국 콘텐츠의 드높아진 위상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25년 전 ‘초록물고기’로 밴쿠버영화제에 갔을 때 한국 영화는 관심 밖이었다. 당시 밴쿠버영화제는 유일하게 아시아 영화를 많이 틀어서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고 (사람들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이란의 영화에는 모두 관심이 있는데도 한국 영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걸 체감하고 한국 영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과거를 돌이켰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에 이어 다음달 열리는 칸영화제 신작 ‘브로커’, ‘헤어질 결심’, ‘헌트’ 등이 초대되며 K콘텐츠가 꾸준히 각광받는 현재 상황을 두고는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한국 영화인의) 재능이 드러났다”고 했다.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특별전’을 기획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것처럼 됐기 때문에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활력을 이루는 데 나도 한쪽 귀퉁이에서 같이 노력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이 감독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드라마 같은 한국 콘텐츠에서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다이나믹한 힘이 느껴진다. 한국 사람들이 지닌 강렬한 정서적 힘 때문일 것이다. 살아온 궤적과 삶의 역사,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걸 좋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로) 의심하고, 사회적 문제를 뚫고 너무 힘든 가운데서 살아온 나름의 생명력이라고 할까. 과거엔 그걸 쉽게 ‘한’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말을 쓰지는 않는다. 그만큼 부정적인 걸 넘어서 문화면에서 긍정적이고 총체적인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게 세계 관객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창동 감독 특별전으로 상영되는 작품은 다음 달 7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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