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우려가 완화되더라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의 상당 부분이 개별 원자재 수급 요인보다 경기·공급 병목·유동성 등 글로벌 경제 흐름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더라도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경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가격 충격이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요인'으로 촉발된 원자재가격 상승이 '상품그룹' 요인에 따른 상승보다 더 오래, 더 큰 폭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공급망 병목 현상, 탄소중립 정책으로의 전환, 유동성 과잉 및 수요 회복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요인은 주로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 경기, 공급 병목 등 모든 원자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적 가격 변동 요인을 말한다.
상품그룹 요인은 예를 들어 석유라는 개별 상품 단위 가격 변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고, '개별상품' 요인은 석유 가운데서도 두바이유 등 특정 지역 상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 변동 요인을 글로벌·상품그룹·개별상품 요인으로 나눠 기여도를 살펴보면, 각 비중이 50%, 30%, 20%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물가연구팀 김찬우 과장은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고, 코로나 위기 이후 영향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더라도 원자재가격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과장은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