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25일 한은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부양 중 어떤 게 더 당면한 과제냐는 물음에 “전반적인 기조로 봤을 때는 지금까지는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선 “데이터를 보고 그때그때 금융통화위원들과 균형과 유연성을 갖고 상황 판단을 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우선 성장에 대해 “우크라이나사태 때문에 유럽 경기도 하락하고 IMF(국제통화기금)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도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성장 측면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유가와 곡물이 어느 정도 랙(시차)을 두고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줄지, 이달 금통위에서 4%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했는데 상승률이 이보다 올라갈지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5월 기준금리 결정의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꼽았다. 이 총재는 “미국 FOMC 미팅에서 금리 0.5%포인트(p) 인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때 또는 그 이상이 될 경우 자본유출이라든지 환율의 움직임 등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총재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냐 비둘기파냐 물어보는데,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라며 “생산성을 높여서 고령화 진행 중에도 우리나라 성장률이 빨리 안 떨어지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민 생활의 질이 올라가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당장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거시경제 관련 발언에 대해선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이 그런 것을 해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라며 “오해의 소지가 없게 말씀을 드리면, 단기 정책하고 중장기적인 이슈를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디지털 경제 전환과 더불어 세계화 후퇴 흐름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이런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 경제정책의 프레임(틀)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간 주도로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공급망도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 개혁을 통해 자원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은행은 국민경제의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경제라고 하는 큰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위에서 뛰고 있는 모든 경제주체가 뛸 때 별문제가 없는지 등의 조정 역할은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제가 취임사에서 재정, 규제완화, 규제정책 이런 것에 대해서 한국은행이 의견을 제기하고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