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상승에 가처분 소득 줄어들자 너도나도 탈퇴
스트리밍 업계 위기의 전조라는 경고
의류와 외식 등 다른 소비재 업종도 불안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구독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표 구독경제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올해 11년 만의 첫 가입자 감소를 겪은 가운데 이 현상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주 넷플릭스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다.
넷플릭스는 1분기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만 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 주가는 발표 다음 날 35%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새 540억 달러(약 67조 원) 증발했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이번 2분기엔 전체 고객의 1%인 200만 명의 가입자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넷플릭스 충격은 일종의 ‘탄광의 카나리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소비자들이 대거 탈퇴하면서 구독경제가 흔들리는 서막일 수 있다는 것이다.
라자드자산운용의 스티브 레포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현상은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압박이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구매 가치가 가장 낮은 분야를 따져 보면 어떤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금융 앱 트루빌 창업자 야하야 모크타르다는 “경제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크면 사람들이 지출에 점점 더 신중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넷플릭스를 넘어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이외 다른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리서치 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국에선 약 150개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계정이 폐쇄됐다. 미국 CNN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CNN플러스(+)는 최근 론칭 한 달 만에 문을 닫는 굴욕을 맛봤다. CNN은 400명 가까운 인력을 CNN+에 배치하면서 1년 후 가입자 200만 명을 달성할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지만, 스트리밍 업계에 봉착한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됐지만, 상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으로 소비자들이 많은 현금을 얻게 됐음에도 정작 소비를 꺼리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인들이 축적한 현금만 4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맥킨지의 제시카 몰튼 수석 파트너는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소비 심리가 현저하게 악화했다”며 “미국과 유럽 5개국에서 한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낙관주의 수준은 지난해 가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FT는 “소비자들은 소득 압박이 지출에 타격을 가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넷플릭스의 최근 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 다수의 시청자는 맥주 한 잔이나 라떼 몇 잔보다 월간 구독을 더 포기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사람들이 구독경제 가입을 해지하고 나면 그다음은 쇼핑과 외식 차례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월드지수가 연초 대비 8% 하락하는 동안 전 세계 임의소비재지수는 1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소비재 업종에 불안을 느낀 것이다.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 아소스와 스웨덴 경쟁사 H&M은 최근 매출 증가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고 발표했다. 아소스는 “소득에 대한 압박이 코로나19 규제 완화에 따른 지출 증가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