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연준은 어쩌다 ‘빅스텝’까지 오게 됐나

입력 2022-04-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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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5월 FOMC서 50bp 인상도 논의”
소식에 증시 하락하고 국채 금리 올라
3월까지 “인플레 일시적” 주장하며 25bp 고수
급격한 움직임에 “갑자기 왜 이러나” 비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1일 의회에 출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신화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1일 의회에 출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신화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50bp(1bp=0.01%p)' 인상)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연초만 하더라도 연준 내에선 25bp 인상이 다수 의견이었지만, 몇 달 새 연준은 더 매파적으로 변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연준이 결과적으로 뒷북을 치면서 글로벌 시장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50bp 넘어 75bp까지…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연준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과 관련해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적절하겠다”며 “50bp가 5월 회의 테이블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4월 현재 0.25~0.50%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기준금리 추이. 4월 현재 0.25~0.50%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인용해 6~7월까지 빅스텝의 길을 열어 뒀다. 3월 FOMC에선 참석자 전원이 5월 양적 긴축 절차에 착수하는 데 동의했고 이 중 상당수는 50bp 인상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초엔 75bp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외교협회 연설에서 “금리를 한 번에 50bp 올리는 빅스텝을 여러 번 실시해 올해 금리를 3.5%까지 올려야 한다”며 “한 번에 75bp 인상하는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여태 뜨거웠는데 이제야 뜨겁다는 연준, “여태 뭐했나” 비난 목소리

연준이 이처럼 매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는 이유는 수요가 너무 강하다는 데 있다. 사실 수요의 강한 회복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경기 회복 단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있던 일이다.

반면 연준은 그간 미적거린다는 숱한 비난에도 줄곧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1월 11일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다음 날 발간된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연준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기업에 대한 기대가 냉각됐다”면서도 “낙관론은 여전히 강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0% 상승해 1982년 6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고 최근 8.5%까지 오르며 상승세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전년 대비. 단위 %. 3월 기준 8.5%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전년 대비. 단위 %. 3월 기준 8.5%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파월 의장의 고집은 지난달 2일에도 이어졌다. 의회 증언에 참석한 그는 “25bp 인상을 제안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며 시장이 우려하는 50bp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시 펀드스트랫의 톰 리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그간 봤던 건 훨씬 더 매파적인 연준과 암울한 전망이었다”며 파월 의장의 25bp 발언을 “긍정적이며 시장에 가시성을 제공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랬던 연준의 입장은 최근 급격히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시장 수요가 너무 뜨겁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줄곧 지속하던 같은 현상에 뒤늦게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단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빠져나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통화 정책을 타이트한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어쩌면 실업률도 어느 정도 상승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스텝 뒷북, 글로벌 시장과 경제 타격 불가피

연준에 대한 실망감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8.03포인트(1.05%) 하락한 3만4792.76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65.79포인트(1.48%) 하락한 4393.6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78.41포인트(2.07%) 하락한 1만3174.6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 추이. 21일(현지시간) 종가 1만3174.65 출처 CNBC방송
▲나스닥지수 추이. 21일(현지시간) 종가 1만3174.65 출처 CNBC방송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2.95%까지 상승하며 2018년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2년물 금리 역시 2.74%까지 올라 같은 기간 최고로 상승했다. 10년물 금리의 경우 연초 1.5% 부근에서 거래되다가 연준의 긴축 가속에 치솟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준이 빅스텝까지 내몰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망도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 연준의 긴축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느냐가 향후 관건인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2년 내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35%로 제시하고 연준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고문 역시 이날 “(연준의 긴축이) 연착륙하려면 기술과 시간, 운 등 세 가지가 필요할 것”이라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옐레나 슐랴티에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5월 50bp를 거론했지만, 6월도 가능성이 있고 어쩌면 인상 폭이 그 이상일 수도 있다”며 “그들은 연착륙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통화 정책은 매우 무딘 도구인 만큼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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