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분쟁의 씨앗 ‘돈바스’를 사수하라…돈바스가 갖는 의미는

입력 2022-04-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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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8일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8일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총공격이 시작됐습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1단계 작전을 마무리하고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돈바스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은 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러시아 민간 용병 조직인 와그너 그룹의 용병 1000여 명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항쟁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입니다. 이번 돈바스 전투를 전쟁의 두 번째 단계라고 칭할 정도로 돈바스 탈환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돈바스가 어떤 곳이길래 두 나라 모두 이토록 필사적으로 싸우는 걸까요?

‘분쟁의 씨앗’ 돈바스는 어떤 곳?

▲18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돈바스 평원의 참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EPA)
▲18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돈바스 평원의 참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EPA)
돈바스는 이번 전쟁을 촉발한 ‘분쟁의 씨앗’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지역의 친러 세력이 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이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남동부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아울러 일컫는 지명입니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는 각각 230만 명과 15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 다수는 러시아 국적자이거나 러시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차 대전 이후 구소련 시대에 러시아 노동자들이 돈바스 지역으로 파견되면서 러시아계 인구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돈바스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돈바스 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이 탄핵당하고 친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러시아계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 독립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죠.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도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두 공화국 반군 간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의 중재 아래 휴전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산발적 교전이 8년 동안 계속되면서 약 1만 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은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하며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했습니다.

자원 풍부한 돈바스...우크라이나엔 ‘돈줄’

▲13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떠나는 버스에서 한 여성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EPA)
▲13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떠나는 버스에서 한 여성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EPA)
풍부한 석탄과 철광석 자원이 매장된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광공업 지대인 돈바스 지역의 석탄·철광 산업은 한때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 비중이 높았습니다. 오랜 교전으로 돈바스 지역의 경제가 피폐해지며 현재는 그 비중이 줄었지만, 최대 석탄 산지인 돈바스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게는 잃어서는 안 될 요충지입니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지역이죠. 만약 돈바스를 잃는다면 우크라이나 국민 절반이 겨울 추위에 시달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건 ‘완충지대’

▲12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돈바스의 평원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EPA)
▲12일 우크라이나 군인이 돈바스의 평원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EPA)
그렇다면 러시아가 돈바스 점령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치적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전쟁의 직접 원인이 된 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였습니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불렸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로 인해 나토 국가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을 수 있었죠.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는 큰 위협을 느꼈고,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집중하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이미 합병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한 뒤 두꺼운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의도란 것이죠.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 장악이 어려워지면서 주요 작전 방향을 동쪽과 남쪽으로 바꾸고 있다”며 “러시아는 점령 지역과 비점령 지역을 구분하는 선을 긋고 우크라이나를 둘로 나누는 ‘한국 시나리오’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마리우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바스 전투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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