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25%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소비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소비활성화 방향과 유통기업의 역할' 보고서를 통해 "국내 유통산업 종사자들은 연평균(2007년) 1만95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러한 수치는 미국(7만6800달러)의 25.4%, 일본(5만3300달러)의 36.6%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유통산업의 저생산성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소비수요 침체→유통·제조기업 매출감소→일자리 감소→가계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소비활성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측은 이같이 유통산업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로 "생계의존형 영세사업체가 많고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 보급률 또한 14%에 불과해 유통정보화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영세업체들이 조직화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소유통업의 조직화율은 29.4%에 그치고 있다.
대한상의측은 "특히 세계경제 불황으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1990년대 미국의 소비주도형 경제전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정부의 글로벌화, 규제개혁 등 경쟁환경 조성과 IT를 유효하게 활용한 유통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어우러져 소비가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1996~1997년 2년간 전산업평균노동생산성 증가분 1.4% 중 유통업의 기여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당시 미국 유통기업들은 '생산성 향상→비용절감분을 상품가격에 반영하는 저가격전략→소비수요 증가→유통·제조기업 매출 증가→점포수 확대→일자리 확대→가계소비여력 강화'라는 튼튼한 개인소비주도형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상의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유통기업의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소비수요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경기침체기 소비자는 저가격 지향의 합리적 소비행동을 취하기 마련이므로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은 불황기 유통기업의 핵심 성공비결"이라면서 "자체브랜드(PB ; Private Brand) 개발과 글로벌 소싱의 확대를 통해 소비자 선택폭을 확대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유통업태 다양화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통기업은 드럭스토어(Drug Store), 홈센터, 쇼핑센터 등 다양한 업태의 개발을 통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높여 소비자 후생을 늘려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등 전문화된 업태를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편의성, 풍부한 상품구색, 전문적인 정보제공 등에 대한 고객 니즈를 전문화라는 키워드로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복합화를 통해 고객 집객력 또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복합화를 통해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중소유통업이 복합상업시설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마련을 통해 대-중소유통기업의 상생기반을 구축하는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갈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보시스템의 강화, 물류시스템의 효율화 등 경영혁신을 통해 철저하게 시장지향, 고객지향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 역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완화, 글로벌화 강화 등 경쟁환경 조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면서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