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13일 국회의장에게 “성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주거, 의료, 재산분할 등 공동체 생활 유지에 필요한 보호기능 등이 포함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혼인, 혈연, 입양 중심으로 정의된 기존 가족 개념을 삭제하고 ‘누구든지 가족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법 개정안의 조속한 심의, 의결을 권고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현하고 그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현행 법, 제도는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 가족 개념을 근거로 하고 있어 실재하는 다양한 생활공동체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가 어렵고 (진정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 국적의 성 소수자 1056명이 ‘헌법 36조에 명시된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취지로 낸 진정 이후 나온 것이다.
국회 입법에 관한 사항은 인권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진정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을 내렸지만, 인권위는 장문의 정책 권고로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인권위는 “가족정책은 인구 및 가족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남녀 간의 혼인과 그에 기초한 혈연관계만을 가족구성의 토대로 인정하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우리 사회의 가족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 대만, 프랑스 등 사례를 들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률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세계적 흐름을 짚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를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비율은 61.7%에 달했다. 일반의 인식이 가족을 혈연이나 이성간 결합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권위는 권고에 ‘생활동반자법’을 추가로 언급하며 “기존 결혼제도의 결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포섭하여 그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증진시킨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