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차주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5일부터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KB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0.45%포인트(p), 변동금리 상품은 0.15%p 낮췄으며,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과 KB주택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도 각 0.55%p, 0.25%p 인하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10∼0.25%p 낮추기로 했으며, NH농협은행도 같은 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p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대출금리가 오르자 시중은행 스스로 가산금리 인하, 우대금리 인상 등을 통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최고 6%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 혼합형) 금리의 경우 이달 8일 기준 KB국민은행은 3.74~5.24%, 신한은행 4.25~5.08%, 하나은행 4.69~5.99%, 우리은행 4.35~6.26 %, NH농협은행 4.95~6.15%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3.22~5.25%, 신용대출은 3.44~5.03%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가계대출 수요가 줄자 가산금리 인하로 기준금리 인상분을 상쇄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 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436억 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등으로 가계대출은 매월 감소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대출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 인하라는 대책까지 내놓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것은 물론 과거보다 빠르게 양적 긴축에 착수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에 대비해 추가적인 가산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있어 가산금리 인하로 기준금리 인상폭을 전부 상쇄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등이 오르는 상황이고 가계대출의 성장세가 강화되지 않는 상태”라며 “대출수요를 유지해야 하니 가산금리 추가 인하 등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더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대출도 신규가 안 일어나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니 대출 수요가 더욱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채권금리와 기준금리가 계속 오름세에 있고 국채 발행 가능성까지 있어 대출금리도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대출금리 상승은 차주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가계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8%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