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티엘아이에서 주주연대가 창업주이자 기존 최대주주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들은 창업주의 대표이사 연임도 제동을 거는 등 세를 과시해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엘아이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기존 최대주주는 10.87%의 지분을 가진 김달수 전 대표 외 1인이었으나 조합 결성에 따라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조합’ 외 1인으로 변경됐다. 이들이 확보한 지분은 15.37%로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한다. 이들은 ‘민법상 투자조합’의 최대주주로서 1년간 보유 의무가 있다.
주주연대 결성은 조상준 티엘아이 이사가 주도하고 있다. 조 이사는 올해 1월 설립한 스타트업 ‘셀라메스’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셀라메스는 세포 특성 평가를 위한 세포 칩과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는 바이오와 전자공학 기반의 융복합 스타트업이다.
티엘아이 연구원 출신이기도 한 조 이사는 2019년부터 티엘아이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년 11월 17일 7109주를 추가 매입, 지분율이 4.99%에서 5.06%로 늘어 첫 ‘5% 룰’ 공시를 통해 지분 확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다.
조 이사는 올해 2월 1일 티엘아이의 티엘아이 신사업개발팀 담당 이사(미등기 비상근)로 신규 선임되는 한편 김달수 전 대표의 특수관계인으로도 합류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회사 재도약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상황은 반전했다. 조 이사는 주총을 앞두고 회사 창립 멤버였던 홍순원 전 이사와 함께 최대주주와의 특별관계를 해소했다. 아울러 3월 30일 열린 주총에서는 세를 결집, 김달수 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직은 홍세경 부사장에게 넘어갔다.
조 이사는 4월 들어 갖고 있던 주식 중 45만 주를 조합에 출자, 29.8%의 출자지분으로 대표조합원이 돼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조합’을 이끌면서 김달수 전 대표를 밀어내고 최대주주 자리에도 올라섰다. 주주연대는 조 이사 외에 성임제(출자지분 12.48%), 백성현(13.01%) 등 13인의 투자자가 합류했다. 또 조합 외 1인의 주주는 조 이사 본인이다.
경영권을 두고 상황이 급변하면서 김달수 전 대표의 대응을 비롯해 주주연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주연대는 “현재 임원 선ㆍ해임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사항 없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것처럼 조합이 결성돼 최대주주에 올라간 상태로, 조 이사는 회사로 출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공시된 것 외에 임시주총 여부나 (김 전 대표의) 대응 방안 등 따로 더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티엘아이는 김 전 대표가 1998년 설립해 2006년 코스닥 상장한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다. LCD 패널의 핵심 IC인 타이밍 컨트롤러와 LCD 드라이버 IC를 설계·생산·판매해 매출이 발생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000억~13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작년에는 308억 원에 그쳐 외형 축소가 지속하고 있다. 그에 따라 수익성도 악화해 최근 5년 중 2019년을 제외하고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