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역 규제를 완화하며 국제선 운항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국제선 수요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외여행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과 일본이 아직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특히 양국 노선 의존도가 높은 LCC(저비용항공사)는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 노선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50%까지 회복하는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한다.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도착 항공편 수 제한은 2년 만에 10대에서 20대로 완화하고, 지방공항도 5월부터 무안ㆍ청주ㆍ제주공항을 시작으로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한 조치도 없앴다.
국제선 운항을 가로막던 방역 규제가 완화됐지만, 여객 수요 회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해외여행 수요의 큰 부분을 책임지던 중국과 일본 방역 당국이 여전히 자가격리 의무화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직항편을 타고 중국에 가려면 출발 7일 전과 2일 전에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를 각각 받아야 한다. 비불활화 백신(화이자, 모더나, 얀센, AZ)을 접종한 사람은 N단백질 검사(정맥 채혈)까지 받아야 입국할 수 있다. 중국에 도착한 뒤에도 PCR 검사를 다시 받은 뒤 14일간 지정된 장소에서 격리돼야 한다.
일본은 하루 입국 인원을 7000명으로 제한하며 입국자 전원에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모든 입국자는 스마트폰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앱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온 입국자는 3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해외여행에 걸림돌이 되는 양국의 방역규제가 완화하지 않는 이상 국제선 수요의 회복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LCC는 중국과 일본 노선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정상화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전체 여객 매출의 24%를 일본 노선에서, 7%를 중국 노선에서 얻었다. 제주항공 역시 같은 해 4분기 기준 일본과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각각 26%, 13%에 달했다.
다만, 일본은 지방정부의 요구에 따라 방역 당국이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하늘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지역 공항을 운영하는 방식이라 관광에 의존하던 지자체들이 규제를 신속히 풀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방역 규제 변화를 살펴보며 우선 동남아시아와 휴양지 국가 위주로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여행 산업의 중요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방역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년여 만에 인천~하와이 운항을 재개했고, 진에어는 16일부터 부산~괌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했고, 에어부산은 부산~괌, 사이판 노선을 주 2회로 증편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사이판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노선이 전체 국제선 여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며 "이들 국가와의 운항 재개는 정치적, 외교적 문제가 얽힌 사안이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