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불매 운동에 휘청이던 무인양품이 부활하면서 자주(JAJU)가 바빠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는 패션·의류 소품부터 홈인테리어와 생활용품까지 취급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해 롯데의 무인양품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다.
10일 특허청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브랜드 자주와 관련해 약 24개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자주 웰니스(JAJU wellness)와 자주 히트(JAJU HEAT), 자주 스파 앳홈(JAJU Spa at home), 자주 굿 루트(JAJU GOOD ROOT), 자주 웰니스스파(JAJU WELLNESS SPA), 자주 슬립(JAJU SLEEP) 등이다.
해당 상표권은 상품 분류상 △비의료용 화장품·비의료용 헤어로션 △식이요법 식품 및 제제, 영아용 식품 △가구, 거울, 액자 △유리제품, 도자기제품 및 토기제품 △직물용 미가공 섬유 및 그 대용품 △의류, 신발, 모자 △카펫, 융단, 매트 △냉동, 건조 및 조리된 과일 및 채소 △맥주, 광천수, 탄산수 등을 포함한다.
업계에서는 자주가 신사업 및 기존 사업의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주 웰니스의 경우 친환경 상품군만 따로 모은 카테고리 명칭이며, 자주 히트는 기존 발열 옷감 의류의 새로운 제품 브랜드로 예상된다. 스파 브랜드를 활용해 바디·헤어 용품 등이 포함된 웰니스 제품군의 확장도 추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취급 상품군이 워낙 많다 보니 따로 카테고리를 정리하고, 온라인몰 등 경쟁 사업자의 선점에 대비해 방어 목적으로 출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주의 브랜드 재정비는 온라인 판매 강화가 우선 목적으로 풀이된다. 의류 외에도 리빙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팔고, 오프라인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던 자주가 최근 온라인 판매에 공들이면서 소비자의 손쉬운 접근을 위해 직관적인 브랜드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자주는 자체 온라인 판매 외에도 SSG닷컴을 통해 새벽배송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SSG닷컴이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하면서 네이버를 통한 새벽배송 주문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무인양품의 부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무인양품은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무인양품 브랜드 영업부문을 떼 설립된 브랜드로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어 일본 브랜드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2019년 노재팬 여파를 피하기 어려웠다.
2018년 1378억 원이던 매출은 2019년 노재팬 여파에 1243억 원으로 줄었고, 2020년엔 627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2018년 76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71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로 돌아서더니 2020년에는 영업손실 117억 원으로 적자폭을 더 키우며 위축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리빙 인테리어용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전이 나타났다. 무인양품은 2021년 매출이 1146억 원으로 전년보다 82% 치솟으며 2017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영업손실도 45억 원으로 손실 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무인양품은 실적 저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825개의 제품 가격을 낮췄고, 10월에도 일부 상품 가격을 재조정하는 강수를 뒀다.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는 지적을 반영한 전략이다. 올 2월에는 구독플랫폼 ‘미공’을 통해 자사 가구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며 사업 확장에 힘을 쏟았다. 이 서비스는 전문가가 방문을 통해 클리닝 서비스를 진행해 깨끗한 상태로 가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최소 12개월부터 최대 60개월까지 구독하게 해 선택권을 넓혔다.
지난달에는 강남점과 타임점, 잠실점 이트인(Eat-In) 매장에서 국내산 쑥 라떼와 쑥 아인슈페너 등을 팔고, 강원도 제철 로컬푸드를 활용한 가정간편식을 선보이는 ‘봄의 밥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먹거리 상품도 강화하며 불매 운동 이전으로 부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