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가 폭등한 데 더해 개인서비스도 외식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올라서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를 넘어섰다. 근원물가에 해당하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3.3% 올랐다. 2011년 12월(3.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9% 상승했다. 이 밖에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 체감도가 큰 생활물가지수는 4.7% 올랐다. 그나마 신선식품지수는 2.2% 내리며 하락 폭이 전월(0.9%)보다 확대됐다.
품목 성질별로는 상품이 5.4% 상승했다. 석유류가 31.2%, 가공식품은 6.4% 올랐다. 석유류 상승은 설비 운전비용, 운송비용 등 상승을 초래해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품목별로는 상품에서 휘발유(27.4%), 경유(37.9%), 등유(47.1%)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서 석유류의 기여도는 1.32%포인트(P)에 달한다. 국제유가만 안정됐어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서비스 물가도 외식을 중심으로 급등세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6% 올랐다. 외식 물가는 가공식품 물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기대감에 따른 수요 회복, 2020~2021년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에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외식 물가 상승 폭은 매달 확대되고 있다. 품목별로 생선회 외식(10.0%)과 치킨(8.3%)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고물가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석유류, 가공식품, 내구재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인서비스도 최근 외식품목의 확산 추이 등을 볼 때 마찬가지로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