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뒤바뀐 아이...지적이고 대범한 진실 찾기 '패러렐 마더스'

입력 2022-04-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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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유능한 사진작가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즈)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를 갖는다. 자유로운 관계에서 시작된 임신이지만 걱정보다는 새 생명을 고대하는 희망이 앞선다.

같은 병실에서 만난 임신부 아나(밀레나 스밋)는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 두렵기만 하다. 큰언니 격인 야니스는 초면의 아나를 달래주고 연락처도 주고받는다.

정작 일상으로 돌아와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진 건 야니스다. 친부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잘드)가 지나치게 이국적인 아이 외모를 보고 친자 검사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생각에도 뭔가 이상했던지, 야니스는 ‘친모 검사’를 진행하고 자신이 생모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불현듯 같은 날 출산했던 아나가 떠오른다.

야니스는 진실 앞에서 망설인다. 아나가 데려간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걸 비밀에 부친 야니스는 홀몸이 된 아나를 자신의 입주 베이비시터로 고용해 일단 함께 지내보기로 한다.

전말을 모르는 아나가 한 집에 사는 야니스를 향한 오묘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면서, 이야기는 멜로인 동시에 진실을 감춘 한 편의 스릴러로 탄탄한 전개를 선보인다.

▲'패러렐 마더스' 포스터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패러렐 마더스' 포스터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멜로 스릴러 안에 스페인 내전 담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했다. 원색의 화사함을 강렬하게 배치하는 색채 연출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여성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패러렐 마더스’는 전통적인 모성을 이야기하거나 현실 반영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두 싱글맘 모두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은 캐릭터로 설정하면서 ‘여성 삶의 고통’보다는 ‘여성이 주도하는 삶과 진실’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이 전개는 스페인 내전이라는 서브플롯과 오묘하게 맞물리면서 더욱 각별해진다.

야니스가 고민하는 건 아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순리대로 아이를 생모에게 돌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감춘 채 자기 삶의 안정을 택할지다.

그의 선택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 기억하는 일과도 연관돼 있다. 야니스는 스페인 내전으로 돌아가신 증조부의 유해를 발굴해 제대로 된 곳에 모시려는 활동에 오랫동안 몰두해왔다. 임신을 하게 된 것도 그 작업을 도와주던 법의학자 아르투로와의 인연 때문이다.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사진제공=수입사 찬란)

야니스는 자신의 뿌리를 알고 기억하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젊은 세대인 아나에게 쓴소리를 내뱉기도 하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지점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으로 손꼽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AFI(American Film Institute) 대담에 참석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네가 사는 곳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매우 단호하게 말하던 야니스는 그 순간 자기 말의 모순을 깨닫고 아나에게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야니스의 도덕적 딜레마가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감독이 말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능숙하게 표현해낸 건 야니스 역을 맡아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다. 두 사람은 ‘라이브 플래쉬’(1997),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귀향’(2006),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 ‘아임 소 익사이티드’(2013), ‘페인 앤 글로리’(2019)로 끊임없이 합을 맞춰왔다. 신작 ‘패러렐 마더스’를 통해서는 두 엄마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범한 사건 안에서 역사의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인 성찰을 끌어낸다. 러닝타임 123분, 31일(목)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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