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가 1000건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대응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한 인수ㆍ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 금액이 전년에 비해 180% 이상 늘었다.
공정위가 30일 발표한 '2021년 기업결합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건은 전년보다 28.7%(248건) 늘어난 1113건으로 집계됐다. 1981년 기업결합 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한 것이다. 기업결합 금액은 349조 원으로 전년보다 66.0%(138조8000억원) 늘었다.
기업결합 심사건 가운데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보다 30.3%(222건) 늘어난 954건(금액 64조5000억 원)이었다. 국내기업이 외국기업을 결합한 건수는 21건으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금액은 9조9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및 SSD 영업양수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기업결합이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대한 기업결합을 통해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 대비 41.8%(89건) 증가한 302건이었다.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건수다. 금액은 33조3000억 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82.1%(21조5000억 원) 급증했다.
기업결합 신고를 가장 많이 진행한 대기업집단은 SK(25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미래에셋(21건), 카카오(17건), 한국투자금융(15건), 롯데(14건) 순이었다.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결합은 전년 대비 46.5%(33건) 증가한 104건이었다. 금액은 760%(7조6000억 원) 증가한 8조6000억 원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단내 동종·유사 업종 계열사 간 합병이나 영업양수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 등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신사업 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의미하는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비계열사와의 기업결합 건수는 56건 증가(142건→198건)했으며, 금액은 13조8000억 원 증가(10조8000억 원→24조6000억 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위축됐던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보다 19.5%(26건) 증가한 159건(금액 284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결합한 건수는 20건 증가한 49건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346건(31.1%), 서비스업이 767건(68.9%) 순이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친환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업(36건), 전기차 관련 상용차, 리튬이온·수소전지, 충전소 등과 관련된 기업결합(12건)이 두드러졌다.
친환경·업사이클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폐기물·하수 처리 관련 기업결합(21건)도 다수 나타났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현대캐피탈 영업양수, 네이버의 위버스컴퍼니 영업양수 등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은 36건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 걸쳐 이뤄졌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급증으로 심사 부담이 커짐에 따라 미국 등 해외 경쟁 당국처럼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이 직접 시정 방안을 마련해오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