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 출신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자리에 오른 허구연(71) 신임 KBO 총재가 “9회 말 1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올라온 구원투수이지만 두렵지는 않다”며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총재는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 추진할 3대 핵심 과제를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KBO 사무국은 허 총재의 이름이 새겨진 올 시즌 프로야구 공인구를 신임 총재에게 건네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취임식에는 프로 10개 구단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허 총재는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힘닿는 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먼저 팬 퍼스트(팬 우선주의)를 위해 시대 흐름에 맞춘 디지털 사업을 꾀하고 2030 세대를 아우르기 위해 MZ 세대 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째로는 국내 프로 스포츠산업이 성장하는데 각종 규제가 저해 요소로 작용했다며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력해 노력하겠다”며 야구 센터 건립, 2군 선수단과 초·중·고 선수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야구 시설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어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 아시안게임,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매치와 같은 교류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허 총재는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도 우승했지만, 4강에서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강판 이후 점수를 내 이긴 것”이라면서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총재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들의 추대를 거쳐 25일 구단주 총회의 만장일치 서면 결의로 24대 KBO 총재로 선출됐다. 임기는 지난 2월 중도 사임한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한편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온 허 총재는 실업팀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선수로 뛰었으며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해설위원으로 전직해 야구계를 지켜온 정통 야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