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상폐 지뢰밭 최대한 피하려면

입력 2022-03-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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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2부 차장

12월 결산법인의 회계감사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에 내몰리거나 제출 시한이 만료됐음에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상장사들이 속출해 투자자의 속을 애태우고 있다.

정말로 예상치 못하게 우량한 상장사가 의견거절을 받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수년간 실적이 부진하거나 재무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상장사들이 의견거절을 받고는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폐 지뢰밭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투자 판단 기준이 되어줄 재무제표를 가벼이 여겨 상폐를 경험하거나 어쩔 수 없이 ‘존버’가 되는 투자자는 여전히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5일을 기준으로 2021회기 결산에 대한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30곳에 육박한다. 이 중 절반가량의 상장사는 2020년 결산까지 적정 의견을 받았다가 처음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들은 이의신청이 없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이들 외에 제출 시한이 지났음에도 감사보고서를 미제출한 상장사는 65곳에 달한다. 현행법상 감사인은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회사는 수령 당일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감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제출 기한을 넘기는 곳들도 있지만, 이러한 제출 기한을 넘겼다는 것은 감사인과 회사 간 이견 때문에 외부감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치곤 한다. 의견거절 등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제출 상장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상장사들은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특히 수년 전 외부감사법 개정을 비롯해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태 등 감사인의 책임 소재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계감사는 갈수록 깐깐해지는 추세다. 상장사들이 의견거절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통은 기업이 합리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지 않거나 특정 사안에 적합한 감사 증거를 제출하지 않으면 감사인은 상장사에 대한 의견제시를 거절한다. 이러한 특정 이유를 제외하면 통상은 실적, 재무 안정성 등이 거절 원인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다수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못한 상장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30% 이상의 상장사들은 이미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환기종목’ 등의 딱지가 붙어 있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로 가장 빈번한 것은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다. 두 사유 모두 코스닥 상장사에만 적용된다.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모두 적용받는 사유로는 ‘자본잠식’이 있다. 유가증권 상장사는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 기준, 코스닥 상장사는 사업연도 또는 반기 말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러한 상태가 다음 해에도 지속하면 상폐 대상에 올린다.

이러한 상폐 요건들은 조금만 신경 쓰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공시 규정 강화에 따라 상장사들이 요즘 이맘때 제출하는 ‘감사보고서제출’ 공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나온 용어나 사례 등을 쉽게 풀이한 정보는 약간의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숫자로 입증되는 ‘팩트’는 등한시한 채 수익이 나기만을 바라는 건 요행수에 기댄 도박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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