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激變)은 상황이 급작스럽게 변한다는 뜻이고, 균형(均衡)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격변과 균형은 서로 결이 다른 단어다. 동시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배치되는 것들이 충돌해 더 나은 것으로 합일을 이루는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처럼 말이다. 경제관료로 34년간 일한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최근 창비에서 출간한 책 ‘격변과 균형’도 마찬가지다.
김 전 차관은 이 책에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야기한 경제 환경의 격변을 진단하고, 새로운 균형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핀다. 그는 1부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의 상황 및 코로나19가 바꾼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점검한다. 2부에서는 팬데믹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한 제언들을 담았다. 2부의 제언들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그 제언들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복합위기’, ‘재정정책’, ‘디지털 플랫폼’, ‘가상자산’, ‘탄소중립’ 등이다. 그는 “세계경제에 복합위기의 징후가 보이고, 정말로 그런 위기가 전개되면 한국경제에 혹한의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재정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는다. 그는 “코로나19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해결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며 “시장의 경제적 불평등이 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역군들의 노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자산 격차’라는 난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산업역군 세대의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한시적 추가 연금 지급을 제안한다. 2022년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7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인 노인에게 현행 월 30만 원의 기초연금에다 20만 원의 특별 연금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임금 근로자 중심의 제도에서 벗어나 특수고용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포괄해 임금이 아닌 소득기반 제도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은 자산 격차 해소 방안이다. 불평등 문제에 관한 좋은 해법을 찾으려면 우선 얼마나 불평등한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소득정보연계 TF’가 그 예다. 그는 차관 시절인 2020년 10월에 소득정보 파악체계를 정비하고 조세와 고용보험 간 소득정보를 원활히 연계하기 위한 실무지원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논의한 내용들은 지난해 3월 국세청의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의 첫발인 소득자료관리준비단의 가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팬데믹으로 더욱 악화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일체의 단정과 편견을 배제하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상에 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에 두되 공동체 구성원의 존엄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담긴 구체적 실천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