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를 끌던 서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고급 주거시설이 올해 분양시장에서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아파트 대체제 역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오피스텔 ‘엘크루 서초’는 330가구 모집에 222건의 청약이 접수돼 108가구가 미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주자 우선의 경우 모집 인원보다 신청 건수가 많아 미달은 면했지만, 기타 지역 청약은 전 타입이 미달했다. 같은 달 서초동에 공급된 오피스텔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 역시 399가구 모집에 376건의 청약이 접수돼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용산구에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 ‘디케이밸리뷰 용산’은 지난 1월 22가구 모집에 685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31대 1, 최고 경쟁률은 42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계약 건수는 2건에 불과해 지난달 한 차례 청약을 더 진행했는데 이때는 경쟁률이 5.1대 1로 떨어졌다. 미달은 면했지만, 현재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청약에 대거 당첨됐고 대출도 안 나오니 결국 끝까지 계약을 끌고 가지 못해 현재도 분양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만 해도 아파트 공급난과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 시장에서 최고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 달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미달이 나오고 가장 낮은 가점의 당첨자가 발생하는 등 열기가 식다 보니 아파트 대체 상품이던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감소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2개 주택형 가운데 6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면적 19㎡A 타입의 당첨자 최저 가점은 12점으로, 서울에서 3년 만에 가장 낮은 가점의 당첨자가 나왔다. 이는 30대 무주택 1인이면 채울 수 있는 점수다. 또 지난해 나왔다 하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주인을 찾아간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수차례 진행해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 스타일’,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 관악구 신림동 ‘신림 스카이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해 아파트 시장이 과거와 같은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다 보니 대체 상품 인기도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추세”라며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여전히 고분양가 논란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하이앤드 주거시설이 내세우는 커뮤니티와 일부 고급 아파트에 있는 서비스의 차이가 크지 않고 세대 수가 적기 때문에 관리비 부담도 적지 않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하이앤드 주거 시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