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플랫폼’은 유통을 위한 ‘장’을 뜻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플랫폼 서비스인 것이다. ‘물리적인 시장’은 비대면의 ‘가상 시장’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 플랫폼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하나의 가상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때문에 전통적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와 대형 포털(portal)의 쇼핑 서비스에 더해, 중고거래앱, 배달앱 등 수많은 플랫폼이 고객 확보와 이윤 창출을 위하여 여러 가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OO페이’라 불리는 간편 결제 서비스이다.
‘OO페이’는 기본적으로 결제수단 등록을 통해 결제의 편이성을 제공해 주며,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하여 상품 구매 시 고객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 준다. 이렇게 적립 받은 포인트는 차후 다른 상품 구입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에, 표면적으로 간편 결제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그다지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오히려 고객을 현혹하는 마케팅 계략(marketing scheme)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통해서 말이다.
잠금효과는 소비자가 하나의 재화(goods)나 서비스(service)를 이용하면, 다른 것으로의 전환이 힘들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OO페이는 결제의 편의성과 추가 혜택 제공으로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다른 서비스로의 전환을 막는다. 현재의 구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예정에도 없던 미래의 구매를 “합리적으로 계획”하며 기존의 플랫폼을 고집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충실한” 소비자를 확보한 플랫폼은 높은 협상력을 발휘하여 생산자들과의 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으며,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PB) 상품을 유통하여 생산자의 잉여(surplus)를 오롯이 가져가기도 한다. PB 상품 또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검색 결과에 잘 노출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광고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 어떤 상품에 대한 선호(preference)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 이제는 그에 더해 어떠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하나의 플랫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 추가 적립을 해주는 상품이나 가격이 저렴한 PB 상품에 대한 편애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어떤 소비자가 특정 상품의 구매를 위하여 그 특성과 후기를 철저히 비교하는 것처럼,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할 때에도 그러한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더해 생산자 측면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경험과 후기를 공유하여 플랫폼의 과도한 갑질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동의 협상력을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공 부문에서는 소수의 플랫폼이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는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 이슈가 된 대형 유통 기업의 PB 상품 관련 허위 광고 의심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플랫폼 업체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적절한 법적·제도적 기준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