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라면 사재기 해야 하나”...심상치 않은 밀가루 가격, 물가 상승도 우려

입력 2022-03-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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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밀, 옥수수 등의 주요 생산국인 데다가, 최근 고유가 등의 영향까지 겹쳐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곡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 더해 러시아가 곡물 수출 차단이라는 선택을 하며 곡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치솟는 곡물 가격에 ‘라면이라도 사재기 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수입 곡물 가격 가파른 상승, 러-우크라 발(發) 수급난

▲우크라이나의 밀밭.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밀밭. (타스/연합뉴스)

수입 곡물의 가격은 최근 2년 사이 47%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곡물 수입량은 196만4000t(톤), 수입금액은 7억5831만 달러(약 9217억 원)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8억494만 달러(약 9788억 원), 12월 8억9567만 달러(약 1조 891억 원), 올해 1월 8억3865만 달러(약 1조190억 원) 보다는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건 t당 가격이다. 지난달 수입 곡물의 t당 가격은 386달러로, 2013년 5월 388달러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 2월 262달러보다는 47.4%, 지난해 같은 달 306달러보다는 26%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밀, 옥수수 등의 가격 상승이 가파르다. 올해 2월 수입 밀(메슬린 포함)의 t당 가격은 369달러로, 2년 전보다 46.6% 상승했다. 옥수수의 t당 가격은 335달러로 2년 전보다 무려 63.4%가 올랐다. 이같은 수입 곡물의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국내 식료품, 사료 등에도 영향을 끼쳐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이처럼 곡물 가격 상승이 위협적인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곡물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로이터 등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농업부·산업통상부는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밀·보리·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정부령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피해를 입고있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는 더 크다. 전 세계 곡물 수출량 중 러시아, 우크라이나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밀이 29%, 옥수수 19%에 달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곡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곡물 자급률 낮아 타격 우려...가격 하락 가능성도 낮아

▲지난해 11월 부산 남구 감만부두의 모습. (뉴시스)
▲지난해 11월 부산 남구 감만부두의 모습. (뉴시스)

곡물 가격 상승은 곡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수요가 큰 밀과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자급률이 각각 0.5%, 0.7%에 그친다. 사실상 자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곡물 수입 전체를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곡물 수출국인 두 국가에서 정상적인 수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곡물 수출 중단에 앞서 이집트가 밀·밀가루·콩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헝가리가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이미 고물가 행진을 이어가는 우리나라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조사 대상 460개 품목 중 우리 생활에 더욱 밀접한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월과 2월 모두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하는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 크다. 외식 물가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인 6.2%를 기록했다.

곡물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외에도 고유가, 세계 2위 밀 수출국 미국의 가뭄, 공급난 심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결과다. 이처럼 곡물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식재료 가격 인상이 예상되자 일각에서는 관련 식자재 등을 미리 사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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