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에 등터진 韓 증시...자사주 매입해도 주가는 ‘제자리걸음’

입력 2022-03-17 16:05 수정 2022-03-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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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하락장에서 ‘자사주 매입’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이달 들어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해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자사주 매입=주가 상승’ 공식이 깨진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이투데이가 이달 공시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임원·주요 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 20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은 임원과 주요 주주가 자사주를 취득했지만, 다음 날 주가가 하락했다. 통상 임원과 주요 주주 등 회사의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붙는다. 자사주 매입은 임원과 주요 주주가 회사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자신감 또는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표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보다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임원·주요 주주가 자사주를 취득했다는 공시가 게재된 다음 날 주가가 하락하거나 그대로인 건수는 54건으로 전체(107건, 복수 주주의 같은 날 매입 공시는 1건으로 취급)의 50.46%였다. 가장 하락 폭이 큰 종목은 농심이었다. 4일 국민연금공단은 농심의 주식 7만2924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약 230억 원 규모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 농심의 주가는 직전보다 6.47% 하락했다. 17일 농심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지만, 결국 자사주 매입 공시가 있었던 4일보다 3.72% 떨어진 29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사주 취득 공시 효과가 2주도 가지 않은 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임원과 주요 주주의 자사주 취득 이후 다음 날 주가는 상승했지만, 현재가가 공시 전보다 낮은 곳은 48곳이었다. 이중 가장 하락 폭이 큰 종목은 유류 도매업체 이아이디다. 2일 이아이디의 지분을 10% 이상 가진 이화전기공업은 이아이디의 주식 858만9112주를 추가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23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공시 날보다 22.83% 하락한 19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주목할 만한 흐름을 보인 곳은 크래프톤이다. 이달 들어 2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장병규 의장은 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다음 날 주가는 소폭 올랐으나 이후 하락해 17일 주가는 2일보다 4.69% 낮은 28만4000원에 마감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임원과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현재 장이 안 좋기 때문이다”라며 “(미국의)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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