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다 빠르게 변화해
2025년에 PBV 전용 모델 선보일 예정
지난해 ‘브랜드 CI’와 사명 변경을 시작으로 과감한 변화를 추진 중인 기아는 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다 전동화 혁신에서 과감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주축인 현대차가 치밀하고 신중한 변화를 추진하는 반면, 기아는 ‘서브 브랜드’로서 빠르고 과감한 변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는 현대차와 같은 플랫폼으로 양산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브랜드 특성상 현대차와 차별화가 뚜렷하다. 공격적인 주행성능을 추구하는 동시에 틀을 벗어나는 과감한 디자인에도 주저 없이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의 지향점을 지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1990년대 말,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는 가장 먼저 두 회사의 플랫폼을 통합했다. 현대차 EF쏘나타를 기반으로 개발한 기아 크레도스 후속 ‘옵티마’가 최초 플랫폼 통합모델이다. 플랫폼 통합은 개발비 절감 효과를 낸다.
여기에 부품공유를 통해 생산원가까지 낮출 수 있다. 그렇게 현대차와 기아는 합병 이후 적잖은 수익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어난 수익을 반기는 사이, 플랫폼 통합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각 브랜드가 추구했던 방향성이 희미해지면서 ‘특색 없는 자동차’로 낙인찍혔다. 국내에서야 잘 팔렸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기아를 일컬어 ‘엠블럼만 다른 현대차’로 취급했다.
결국, 2005년 출시한 현대차 NF쏘나타는 동급 중형차인 기아 로체와 ‘궤’를 달리했다. 이때부터 현대차는 ‘고급화’를, 기아는 ‘스포티’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중형세단 NF쏘나타가 2.0~2.4ℓ로 제품군을 꾸렸지만, 로체가 1.8~2.0ℓ 모델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각각의 브랜드가 뚜렷한 방향성을 추구하기 시작하자 고객층은 더 확대됐다. 같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여러 차를 개발하면서도 주행 특성과 디자인·편의 장비·가격 등은 차별화한 덕이었다.
2000년대 후반 기아는 또다시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당시 기아 사장)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며 디자인 변화를 주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기아는 과감한 변화와 빠른 의사결정,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브랜드 CI와 회사명을 과감하게 바꾸며 새 시대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기아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목적기반 모빌리티, 즉 PBV(Purpose Built Vehicle) 전략을 공개했다. 다시 한번 과감한 변화를 먼저 받아들인 셈이다.
첫 모델은 친환경 소형 SUV 니로를 바탕으로 차 지붕을 높인 ‘니로 플러스’다. 택시와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모델로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흡사 독일 폭스바겐이 해치백 골프를 바탕으로 개발한 골프 플러스와 유사한 형태다.
2025년에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PBV 전용 모델을 출시한다. 상대적으로 미래차의 청사진만 제시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실제 제품전략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까지 준비 중이다.
지난해 공개한 ‘기아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대변혁)’이 본격화된 셈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는 그룹의 주축인 만큼 과감한 변화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변화를 추진한다”라면서 “상대적으로 기아는 젊고 스포티한 브랜드를 앞세워 현대차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변화할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