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주요 기업 중 85%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한건설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국내 기업 193개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와 설계·시공·감리자 등 건설현장 내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관리 책무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사에선 응답 기업의 85.0%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 불필요’(40.9%) 등이 우세했다.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 발생 시 ‘발주자 직접 처벌’에 대해서는 92.9%가 ‘반대’ 응답했다. 이유로는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을 부과한다’(46.7%)라는 점을 들었다.
발주자는 시공을 주도·총괄·관리하지 않아 현행 법령에서도 사고의 책임을 직접 묻지 않고 있지만, 특별법은 사고원인 고려 없이 처벌수위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이에 대한 업계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 발생 시 시공자에게 부과하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수준(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이를 갈음해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 100분의 3 범위에 해당하는 과징금)’에 대해서는 92.0%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행정제재 부과 시 신규수주 중단으로 업계 퇴출’(31.8%)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는 건설업이 가진 위험성과 안전관리의 어려움이 고려되지 않은 채 과도한 행정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현행과 달리 사망자 1명 발생만으로 경영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업계의 불안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정지에 따른 사업중단을 막기 위해 과징금 처분을 선택하더라도 사고현장과 전혀 관련 없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돼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 시각이다.
특별법 제정 시 개선이 필요한 규정에 대해서는 ‘사망자 발생과 연관성 낮은 의무위반 사항은 형사처벌 및 행정제재 대상에서 제외’(36.7%)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 외 ‘산안법 규정과 중복 조문 삭제’, ‘행정제재 수준 완화’, ‘근로자 벌칙 신설’ 순으로 나타났다.
건설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으로는 ‘공사 주체별 역할에 부합하는 의무와 책임 부과’(37.8%)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건설안전 규정 일원화’(23.3%), ‘중소건설사 지원 사업 확대’(22.8%), ‘맞춤형 지침·설명서 제공’(14.8%) 순으로 답변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법의 효과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와 책임을 강화하는 특별법을 또다시 제정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고로 1명의 사망자 발생할 때 각 법에 따라 기업에 대한 벌금, 경영책임자 처벌, 행위자 처벌, 작업중지·영업중지(과징금)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매우 엄중한 수준의 5중 제재가 부과돼 기업활동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하여 사회적 논란·정부 부처 간 혼선이 많은데, 이러한 것이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하면 건설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져 오히려 사고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