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곡물 가격이 더 올라가면, 음식료 업종 기업에 원가 상승 압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수익성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내 곡물 시장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음식료 업체들이 곡물가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3일 사료용 밀의 경우 오는 7월 말, 옥수수는 6월 중순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이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계약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밀은 내년 2월, 옥수수는 내년 7월까지 소요 물량을 확보해 놓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실제 국내 음식료 업체들의 원재료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3~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위험 부담 완화 요인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곡물 선도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이것이 선적돼 실제 음식료 생산에 투입되기까지 통상 3~6개월 정도의 래깅이 발생한다”라며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 곡물 공급망 차질과 함께 음식료 업체의 원재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제품 판가 인상의 원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곡물가격의 추가적인 상승 압박이 발생한다면 소재와 사료 업체들이 가장 먼저 원가 상승 압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기업 간(B2B) 산업 비중이 큰 소재 산업은 할인율과 리베이트 적용률 변화를 통해 원가 변화를 판매가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분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동아원과 같은 상위 제분 업체들은 점유율이 서로 비슷하다. 경쟁 구도에 놓여 있어 곡물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가격 인상보다는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부재료 상승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음료 산업도 위험 범주에 속한다. 레진(페트), 알루미늄 등의 부재료 단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이, 스낵, 사탕 등 품목이 다양한 제과업체는 단일 원부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만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위험도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환율에 따른 원가나 실적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이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요 업체들의 점유율이 안정화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심화할 경우 판매 가격 전이 진행은 지속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태가 길어져 우크라이나 소맥 수확 시기인 6~7월, 옥수수 수확 시기인 9~10월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충격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 경우 충분한 인상요인 숙지, 이전 인상과의 시차를 고려해 추가 제품가격 인상도 용이해질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