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결렬 선언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단일화에 관한 언급을 삼간 채 묵묵히 완주를 준비 중이지만 오히려 변곡점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탐색전이 끝난 만큼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간 '1대1 담판'이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27일이 야권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투표용지 인쇄 날이 중요한 이유는 인쇄가 시작되기 전 까지 사퇴하면 해당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지기 때문이다.
'사퇴'가 교기되어 있으면 유권자들의 혼란이나 고의적인 무효표를 막는 효과가 있다. 중도하차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과거 선거에서는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해 무효표가 무더기로 나온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이는 중도 사퇴했을지라도 해당 후보를 끝까지 지지한다는 의사표시일 수 있다. 여기에 습득이 상대적으로 느린 고령층이나 정치에 관심이 덜한 이른바 '저관여층'의 경우 사퇴 사실을 모르고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해 10월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른 바 '사사오입'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도 중도에 사퇴한 정세균, 김두관 당시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투표 용지 인쇄전에 사퇴하면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27일을 기점으로 보는 이유다.
투표용지에 관한 이런 현상들을 감안하면 윤-안 단일화의 경우 1차 데드라인이 인쇄 하루 전인 27일 밤 까지인 셈이다. 이는 25일 저녁 열리는 2차 법정TV토론과 26일~27일 주말에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시선이 쏠려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만일 이번 주말안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고 한 사람이 사퇴하면 그의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붉은 글씨가 인쇄된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이 열흘도 채 되지 않아 단일화 효과가 물리적으로 반감된다는 점도 27일이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는 28일 전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찾아 설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를 위해 안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판한 이준석 대표에게 자중을 주문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24일 “당대표를 비롯한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하고 정권교체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를 달래면서 단일화 의지도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저녁 열리는 2차 법정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확인될 전망이다. 21일 1차 TV토론 때와 같은 ‘윤석열 때리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또 한 번 높은 수위로 윤 후보를 몰아친다면 결별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