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쟁력 약화" 우려 시선도
포스코와 포항시가 지주사 포항 설립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첨예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미래기술연구원의 운영체제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 포스코와 포항시, 시민단체와의 이견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정치권이 민간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했다”고 비판한다.
2일 포스코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뤄진 양측 핵심 합의 사항은 이사회와 주주 설득, 의견수렴을 통해 내년 3월까지 포스코홀딩스(가칭)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원을 포항에 두는 것 등이 골자다.
히지만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등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범대위는 지난달 26일 “포스코 지주사가 수도권 성남과 인천 등지에 포스코 부지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미래기술연구원 터를 알아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포스코가 포항시와 미래기술연구원 부지 협의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포스코가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원과 분원을 포항과 수도권에 각각 두고 이원화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김병욱(포항 남구·울릉)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벌써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의 본원·분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본사는 포항에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과 인력이 서울에 있는 문제를 이번에 심각하게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측은 협의와 관련한 구체적 이행 방식은 아직 정해진 바 없고, 향후 세부 내용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결정에 정치권이 압력을 넣은 과정을 두고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내놓고 있다. 앞서 포스코 지주사 소재지와 관련한 논란을 두고 지역 정치권은 물론, 각 정당 대선후보까지 가세해 서울 설립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주주총회를 통해 투표로 결정한 사안에 정치권이 개입하며 졸속으로 뒤바뀌었다”며 “정치가 기업의 판단을 막아선 좋지 못한 선례”라고 비판했다.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연구 인력 유치를 위해 수도권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앞다퉈 짓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불리한 출발점에 설 수도 있다는 논리다. 지주사 출범을 계기로 여러 신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례로 SK그룹은 경기 부천에, 두산 그룹은 용인에 R&D 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올해 말 경기 성남에 ‘글로벌R&D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6월 성남에 미래차 연구조직 신설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