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출 물가 상승률이 낮아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전년 동월 대비 올해 1월 수입 물가 상승률은 19.6%, 수출 물가 상승률은 12.4%를 각각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경연은 “1월 수입 물가 상승률은 작년 연간 상승률인 21.1%보다 낮았다”면서 “수입 물가 상승 자체보다는 수입 물가 상승률과 수출 물가 상승률 간의 격차 확대를 최근 무역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1월에는 전월 대비 수출물가 상승률이 12.4%를 기록하면서 수출입 물가상승률 격차(수입물가지수 증가율 – 수출물가지수 증가율)가 7.2%포인트(p)로 2021년 3.4%p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한경연은 지난해에는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수출물가도 함께 오르며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된 반면, 올해에는 수출물가보다 수입물가가 더 크게 오르며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1월 수입물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증가한 데 비해 수출물량은 8.6% 증가에 그쳐 무역수지 적자 폭이 더 커졌다. 반면, 2021년에는 수출입 물량 간 증가율 격차는 1.6%p로 올해 1월만큼 크지 않았다.
한경연은 올해 무역적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로 최대 수출입 품목인 반도체와 원유가격을 지목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원유가격은 연초 전망을 뛰어넘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반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2021년 10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특히 올해 1월에는 전월 대비 6.7%나 하락했다.
한경연은 “여러 기관에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전망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가격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수입 물가와 수출 물가 상승률 격차가 커지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의 무역적자라고 소개했다.
2000년대 중 유일하게 무역적자를 기록한 2008년은 수출입 물가상승률 격차가 12.6%p에 달해 2000년대 중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출 부진이 2008년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분석했지만, 한경연은 물량 기준으로 2008년의 수출이 오히려 전년 대비 4.6% 증가해 수입 물량 증가율인 1.9%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2008년 무역적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입 물가상승률 격차 확대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수출입물가 상승률 격차가 작년보다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무역수지 적자에 대비해야 한다”며 “신인도 하락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와 투자 여건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