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이집트 등 중동과 아프리카로 위기 확산 조짐
니켈과 팔라듐, 석유 등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
원자재 아닌 제조업 등에선 역할 비중 작아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밀부터 알루미늄, 니켈, 원유, 천연가스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상승했던 원자재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치솟을 조짐을 보인다.
이들 원자재는 그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양이 생산된 터라 세계 경제도 긴장하고 있다.
우선 밀의 경우 러시아가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 세계 수출량의 약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말 부셸당 760달러(약 91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세계 밀 가격은 지정학적 불안감에 이날 812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에 이집트와 터키 등 전체 밀 수입량의 70% 이상을 이들 국가로부터 조달하는 곳들은 불안에 떨게 됐다.
옥스퍼드대의 이안 골딘 교수는 “가난한 국가들은 음식과 난방에 더 많은 소득을 지출하는 편”이라며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의 40% 이상을 중동과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어 추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가스나 알루미늄, 니켈 등 이미 공급난 현상을 겪으면서 가격이 급등세인 다른 원자재도 문제다. 자동차 배기 시스템과 휴대폰 등 생산에 활용되는 팔라듐 가격은 세계 최대 금속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 불안에 최근 몇 주간 치솟았다. 철강과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니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니켈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2만3000달러를 밑돌았지만, 이날 톤당 2만4871달러에 거래됐다. 볼보의 라스 스텐크비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주 기자회견에서 “업계에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자재를 제외한 제조업 등 기타 분야에선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고문이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제외하면 세계 경제에서 엄청나게 중요하진 않다”며 “그저 큰 주유소”라고 꼬집었다.
NYT는 “물론 주유소가 폐쇄되면 그곳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면서도 “제조 강국이자 복잡한 공급망이 긴밀하게 엮여 있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세계 경제에서 작은 나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