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최근 분양에 나선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의 전용면적 85㎡A은 532가구 모집에 84건이 접수돼 무려 448가구가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면적의 B·C 유형도 각각 181, 269가구를 모집했는데 신청 건수는 15, 27가구에 그쳤다.
이처럼 대구 지역 아파트 분양 시장은 갈수록 꽁꽁 얼어붙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를 포함해 나나바루아 아파트, 영대병원역골드클래스 센트럴, 달서 롯데캐슬 셀트럴스카이 등 4건의 분양이 있었는데 모든 면적에서 모집 인원보다 신청 건수가 현저히 적어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2년 연속 전국 아파트값은 두 자릿수 올랐다. 이를 두고 여러 요인이 지목되지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공급 부족’이다. 그러나 대구는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넘어가며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7156가구로 전년(1만5549가구)보다 1607가구 늘었다. 2019년(1만875가구)과 비교하면 58%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2만4969가구가 입주 예정 물량으로 잡혔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3만255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늘자 대구 청약시장에서는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하며 수도권 및 지방 청약시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구의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9월 1.37대 1을 기록한 이후 12월까지 간신히 미달을 면하는 경쟁률을 이어가다 올해 1월 0.2대 1로 추락했다. 전체 청약 경쟁률이 미달로 떨어진 지역은 대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얼어붙은 대구 분양 시장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 분위기를 반전할 요인이 딱히 없어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연구원은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 전환했는데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과 함께 공급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며 “최근 분양시장이 입지를 중심으로 흥행 여부가 갈리고 있는데 대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도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을 앞둔 건설사나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에서 미분양에 대한 부담으로 분양 시점을 조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