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회복 조짐 속에서도 고용 사정은 여전히 부진했던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의 일환으로 음식점 재생 기금(Restaurant Revitalization Fund)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첫 직장을 레스토랑에서 얻었습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인생의 어느 시점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인이 자부하는 아메리카 드림의 출발점이 바로 음식점과 같은 소상공인 일자리이며, 소상공인이 풀뿌리 경제이고, 왕성한 소상공인 활동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상징임을 역설한다. 시장경제 속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원초적 의식에는 소상공인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으며, 번영하는 시장경제일수록 소상공인의 활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소상공인 지원은 흔히 “중소기업 정책”, “고용 및 사회 안전망”, “소비자 후생”, “지역경제” 등 네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이 강조된다. 중기 정책 측면은 창업, 성장, 도산 및 폐업에 이르는 소상공인 사업활동의 순환적 흐름이 바로 건전한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기업 규모에 따라 지원 대상을 구분하는 현행 법 제도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의 근간이 소상공인임을 의미한다.
고용 및 사회 안전망 측면은 소상공인의 일자리 유지와 창출이 고용 문제의 해결책이며, 소상공인의 사업 활동으로 잠재적 실업이 억제되고 정부의 사회안전망 부담도 감소한다는 해석이다. 소비자 후생 측면은 소상공인의 활발한 사업 활동이 가격을 하락시키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늘린다는 시각이다. 지역경제 측면은 소상공인의 사업활동이 곧 지역경제이며, 이들 사업활동의 부침이 곧 지역경제의 바로미터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이 다각적으로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또한 풀뿌리 시장 경제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지원은 우리 경제의 마비와 경색을 해결한다는 심정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과 버팀목 자금 등 7차례 정부의 현금 지원에 이어, 모든 대선 주자들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수십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는 것도 소상공인이 함축하는 의미가 작지 않음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인식만큼은 편차가 큰 듯하다. 소상공인 지원은 시혜나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을 문자 그대로 시장 경제의 풀뿌리로 인식한다면, 경제를 보수하는 것이고, 경제를 재생하는 것이다.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이다. 자괴와 절망 속에서 분노하는 소상공인을 내버려 두고 활기찬 시장경제가 지속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수출 활황과 주식 및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하여 소상공인에 대한 2차 방역지원금을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증액 지급하고, 여행숙박업까지 지원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는 조치는 만시지탄이나 고무적이다. 닥치고 소상공인.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의 방역이며, 건강한 시장 경제의 출발점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꼬박꼬박 급여가 나오고 연금이 보장되는 귀족적 일자리로는 실감할 수 없는 현실을 살아 내는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접시닦이부터 출발하여 성공한다는 일자리의 신화,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경제든 공동체 의식이든, 우리의 회복은 음식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면 음식점도 테이블에 앉을 자리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말장난이 아닙니다. 우리의 프로그램은 바로 이들을 위해 테이블에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