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LH, 경기지역서 10년간 1.2조 차익…분양원가 공개해야”

입력 2022-02-16 17:00 수정 2022-02-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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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분양가 상한제 적용해 검증받아…분양원가 공개 검토 안 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가 경기도에서 분양한 62개 단지 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하고 추정한 분양 수익을 공개했다.  (사진제공=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가 경기도에서 분양한 62개 단지 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하고 추정한 분양 수익을 공개했다. (사진제공=경실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지역에 분양한 아파트 건축비가 법정 건축비인 기본형 건축비보다 비싸고, 분양가 역시 같은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보다 비싸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LH가 2011년부터 경기도에 분양한 62개 아파트 단지에서 챙긴 분양 수익은 총 1조2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가 경기지역에서 분양한 62개 단지 중 48개 단지 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보다 비싸다”며 “대선 후보들이 LH의 분양원가 공개를 당장 시행하고, 바가지 사전청약 중단 등 공공주택 정책 개혁방안을 공약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LH 분양한 아파트 건축비, 기본형 건축비보다 비싸…분양가도 SH보다 높아”

경실련에 따르면 성남 고등지구 S3(2019), 고양 지축지구 B1(2021년), 의정부 고산지구 S3(2020년), 하남 감일지구 B3(2018년)의 건축비 모두 기본형 건축비보다 100만 원 이상 비쌌다. 분양가 역시 같은 공기업인 SH공사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2018년 분양한 SH공사의 항동3단지는 평당 분양가가 598만 원이었지만, LH가 분양한 하남 감일 B4는 평당 763만 원으로 책정돼 30평 기준 5000만 원가량 비쌌다.

LH가 분양한 아파트의 건축비가 기본형 건축비보다 비싸고, 분양가 역시 SH공사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것은 ‘가산비’ 때문이라는 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분양가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로 구성되는데 지난해 말 분양원가를 공개하기 시작한 SH공사는 가산비를 허용하지 않지만, LH는 가산비를 허용해 분양가에 거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공공택지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가산비 책정을 허용한다는 맹점이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SH공사의 분양원가를 보면 가산비 항목이 따로 없지만, LH는 매번 가산비를 더하고 있다”며 “분양원가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임에도 무분별한 가산비 허용 등으로 분양가를 부풀려 책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LH, 10년간 경기도서 1조 2000억 원 분양수익 챙겨” VS “분양원가 공개 계획 없어”

이에 경실련은 SH공사가 공개한 분양원가를 참고해 택지조성원가를 추정하고, 법정 건축비를 적용해 LH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산출했다. 그 결과 분양원가는 2011년 평당 872만 원에서 2021년 1053만 원으로 181만 원 올랐다. 반면 분양가는 같은 기간 평당 874만 원에서 1221만 원으로 347만 원 올랐다. 이를 고려할 때 LH가 62개 단지에서 챙긴 분양수익이 총 1조1876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김 국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분양가 산정 기준을 ‘조성원가의 90~110%’에서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로 변경하고 토지비를 올리면서 분양수익이 급증했다”며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이 오르자 LH는 건축비를 기본형 건축비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의심된다. 원가공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LH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부풀려 책정해도 소비자가 제대로 감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분양한 24개 단지 중 22개 단지가 모두 기본형 건축비보다 높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가장 많은 수익이 예상되는 단지는 위례 A3-3a로, 분양가는 평당 1994만 원이지만 경실련 추정 원가는 평당 1309만 원으로 686만 원이 비쌌다.

이 같은 주장에 LH 측은 분양가에 가산비를 반영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분양원가 중 공시해야 할 항목은 이미 공개하고 있고, 경실련은 그 이상의 것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원가공개 이후 주택을 원가에 분양하는 게 관련 업계나 민간 건설업계로 확산하면 주택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파트 분양 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심의를 통해 분양가도 검증받고 있다”며 “현재 분양원가 공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LH 측의 주장에 "LH의 분양가 심의는 자체적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는 만큼 제대로 된 분양가 적정성 검토를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경실련은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LH의 분양원가 공개와 거품 낀 신도시 사전청약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정택수 경실련 정책국 부장은 “기본주택 140만 가구, 원가주택 50만 가구 등 거품 없는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정작 LH의 신도시 바가지 사전청약이나 원가공개 거부 등을 방관하고 있다”며 “대선 후보들은 LH의 분양원가 공개와 바가지 사전청약 중단, 공공택지 매각 중단 등 공공주택 정책 개혁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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