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역대 최다인 18개로 늘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비롯해 당근마켓, 컬리(마켓컬리) 등이 줄줄이 합류했다. 하지만 글로벌 성장세를 따라가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확인된 국내 유니콘기업(이하 유니콘)이 18개사로 전년보다 5곳 늘었다고 15일 밝혔다. 미국 민간조사기관 CB인사이트(CB Insights)에 등재된 11곳에 중기부가 국내 투자업계를 통해 추가로 파악한 7개사가 포함됐다. 지난 2020년 말 기준엔 포함돼 있던 쿠팡과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과 국내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하면서 유니콘에서 빠졌다.
새롭게 합류한 유니콘 7곳은 두나무(업비트·가상자산거래소)와 직방(부동산중개)을 비롯해 컬리(마켓컬리·신선식품배송), 빗썸코리아(빗썸·가상자산거래소),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인테리어커머스), 당근마켓(중고거래플랫폼), 리디(리디북스) 등이다.
새로운 유니콘이 포함되면서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한 이력이 있는 기업은 총 27개사로 늘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카카오게임즈,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 크래프톤, 쿠팡, 인수합병 된 우아한형제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3개사)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배 증가했다”며 “제2벤처붐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3개, 2018년 6개, 2019년 10개, 2020년 13개, 2021년 18개다. 증가세로 볼 때 지난해(7개)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 유니콘에 등극한 기업 수는 300개에 육박하고, 중국와 인도에서도 각각 30개 안팎의 유니콘들이 쏟아졌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어학회장은 “인구당 유니콘 배출 수를 감안하면 국내 유니콘 수도 절대 적은 수치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유니콘이 많다는 것은 신생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는 의미여서 유니콘의 수는 기업 성장의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CB인사이트를 보면 미국이 유니콘 489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171개), 인도(53개)가 2,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영국이 37개로 4위, 독일이 25개로 5위다. 우리나라는 10위, 일본은 6개로 13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 회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된 뒤 벤처업계가 침체됐다가 수년 만에 투자와 창업 활성화됐지만 제도는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이며 “스타트업이 각자도생 하면서 생태계를 키우라는 비현실적인 주문보다 복수의결권 등 정책적인 장치를 마련해주면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타다 사태’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의사결정 체계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중기부 박용순 벤처혁신정책관은 “많은 기업들이 유니콘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올해 1조 원 규모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2조 원 이상의 펀드를 만들 것”이라며 “복수의결권, 스톡옵션 등 벤처·스타트업 관련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