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국경 간 거래)은 작년에 이어 클린에너지, 소프트웨어, 게임 분야에서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원 딜로이트 안진 재무자문본부 파트너는 올해 이들 세 분야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주목하고 있다. 김 파트너는 최근 진행한 이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대형 투자를 예측하기 쉽지 않으나 거래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웃바운드 투자규모(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자산 인수)는 2019년 250억 달러에서 지난해 약 320억 달러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클린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늘고 있다.
김 파트너는 “최근 클린에너지가 집중되면서 원하는 시기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신재생 에너지를 미리 저장했다 필요한 시점에 활용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해서 클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고, ESS 및 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만큼, SK E&S, LG에너지솔루션 등 에너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딜 검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게임분야도 올해 크로스보더 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홍콩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 지분 100%를 약 22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인수했고, 크래프톤은 미국 게임사 언노운월즈를 약 9400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 크로스보더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사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하는 대형 거래가 발표되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크로스보더 딜(컨소시엄 투자 등 포함) 중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가 2019년 20개, 2020년 10개 내외 딜을 보였으나, 작년에는 약 40개로 크게 성장했다”라며 “메타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도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게임 관련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김 파트너가 꼽은 국내 기업의 역사적인 거래는 2020년 말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인수 건은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이후 갱신된 초고 규모의 투자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한국기업도 대형 M&A 수행이 가능하다고 보인 사례인 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기업’이라 하면 해외에서는 전통적인 소비재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세계 시장에 다양한 유능한 한국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국 기업들은 확실하게 움직이고 신중하나 때로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실사를 과도하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편견이 있다”며 “다만, 최근 많은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간소화하고 예전보다 의사 결정이 빨라진 것 같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김 파트너가 몸담은 딜로이트 안진 재무자문본부는 올해 매출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M&A 서비스 전문성을 기본기로 산업별 전문지식을 접목해 투자 통찰력을 제공하며 M&A 시장 변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