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리인상에 앞서 챙겨야 할 것

입력 2022-02-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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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자본시장1부장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0.9% 뒷걸음쳤던 한국 경제가 지난해에는 4.0% 반등했다. 11년 만의 최고 성적표다. 우리 경제는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완전히 플러스로 회복했다.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은 기업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단행한 사업구조 변화와 경영 효율화 덕분에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글로벌 각국의 자국 이기주로 수출환경이 나빠졌는데도 수출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물론 정부의 위기대응 조치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간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미뤄진 것은 당장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커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로 지원을 받은 경우는 약 106만 건(중복, 복수 지원 포함)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261조2000억 원 규모다. 일시상환 만기 연장이 전체의 90.3%(95만5000건)로 가장 많았다.

덕분에 부실징후기업의 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채권은행들이 선정한 지난해 부실징후 기업은 대기업 3곳과 중소기업 157곳 등 160개사다. 특히 지난해 ‘경영정상화 가능성 낮음’이라는 최하위 평가를 받은 ‘D’등급 기업들은 81개사로 전년보다 10개나 줄어들었다.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 중 상당수는 경제가 정상화되면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이 끝나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없는 기업도 상당수 있다. 그중에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아 긴급 금융지원제도가 없는 정상 상황이었다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을 기업들도 있다.

이런 좀비 기업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출구전략이 늦어져 위기대응 금융지원 조치가 계속 연장된다면 당장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향후 우리 경제에 커다란 짐이 된다.

2002년 신용카드 대란 사태의 아픈 추억이 좋은 교훈일 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안정화되고 개인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현금서비스 형태의 개인신용 공급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지출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급등했다. 그 후 개인의 신용카드 부채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이 명백해지자 신용카드 회사들이 카드대출을 급히 회수했다. 이는 민간소비를 악화시켜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비슷한 현상이 이번에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 부문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계기업의 상당수는 취약한 재무 상태로 인해 결국 벼랑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 재무상태 전환의 특징: 한계기업의 회생을 중심으로’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09년 사이 7년간 신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최소 15%에서 최대 36.3%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 3년 연속 ‘1’을 밑돌아 번 돈으로 이자 내기도 힘든 10년 차 이상의 좀비기업 100곳 중, 위기를 이겨내고 ‘정상 기업’으로 탈바꿈한 곳이 많아봤자 40곳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대로 방치하면 조만간 부실기업 문제가 대두되고 대출금융기관의 손실이 확대돼 금융의 중개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이와 함께 공금융기관이 보증한 신용대출의 변제금액이 급속히 증가해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장기침체의 수렁 속에 빠질 수도 있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선진국은 (부채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신흥시장은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아직 금리가 낮으니 대응 여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시장의 금융 안정성이 금방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등 글로벌 각국은 긴축 통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올해 두세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올 하반기 기준금리는 연 1.75~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구전략을 통해 물가를 잡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에게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좀비 기업의 퇴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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