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0일 전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5만3926명, 일주일 평균은 4만3525명에 달한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폭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확산세가 줄지 않자 방역패스, 영업시간 제한 등의 방역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특성상 지금의 방역전략을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해외 국가에서는 방역조치를 속속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부 주(州,) 일부 유럽 국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 기존보다 완화된 방역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미크론이 감소하며 미국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지침 등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이 가장 대표적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10일부터 사업장·점포에 대한 실내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밖에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의 지역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의 여러 국가도 방역 조치를 서서히 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확진자 자가격리 규정 등이 포함된 ‘코로나19 규제 폐지 계획’을 밝혔다. 스웨덴은 10일부터 식당·행사 출입 인원 제한을 폐지했으며, 술집·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도 없앴다. 덴마크 역시 같은 날 마스크 의무 착용을 폐지하고 나이트클럽 운영을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우리나라의 방역패스에 해당하는 백신접종 증명은 각 상점의 자율로 맡기기로 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핀란드, 체코 등도 방역 조치 완화에 나섰다.
해외 국가들이 방역 조치를 서서히 풀기 시작하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방역 조치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 위드코로나를 넘어 ‘코로나 프리’로 가야 한다”라며 “오미크론이 40대 이하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증상이 약한 만큼 고령층 등 고위험자 소수를 중심으로 감염을 관리하되, 허점이 많은 방역 패스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방역 조치 완화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신상엽 KMI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미국이나 유럽은 지금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을 지났기 때문에 완화할 수 있다”라며 “반면 우리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다. 해외 사례를 따라 방역을 완화한다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재택치료 및 진단검사체계가 개편된 만큼 그 효과를 추산하고 이에 맞춰 방역 전략을 구상하겠다는 것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11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앞서서는) 이런 제도가 좀 더 정착돼야 하며, 유행상황·위중증·사망률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