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피니티컨소시엄(FI)과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소송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교보생명 입장에선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먹구름이 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제22형사부)은 10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FI 측 임원 2명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인 '안진회계법인과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가 있었느냐'에 대해 법원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재판부는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FI측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계사들이 FI들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이 사건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간 국제 중재절차가 진행되는 중인 2020년에 교보생명이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FI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교보생명은 검찰에 안진이 교보생명 풋옵션 1주당 가격으로 책정한 40만9912원이 과하게 평가됐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가격에 관련한 부분으로 기소하지는 않았고, FI가 회계 용역을 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관계자들이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이익을 꾀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들이 공인회계사의 공정·성실 의무 등을 규정하는 공인회계사법 제15조 3항과 명의대여 등을 금지하는 22조 4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해당 규정은 공인회계사가 직무를 행할 때 허위보고 및 부정한 방법의 이익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월 9번의 공판을 거친 끝에 피고들에게 각각 징역 1년~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은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의 악연은 지난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 소유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 어피티니컨소시엄(FI)은 신창재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고, 약속했던 2015년에도 IPO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18년 10월 28일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교보생명 역시 IPO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당 40만9912원이라는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장하면서 양측 갈등이 본격화됐다.
현재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이날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풋옵션 분쟁 관점에서 보면 교보생명 IPO는 투자자가 자연스럽게 지분을 처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1심에서 나온 교보생명에 불리한 결론과 FI이 예고한 2차 중재 신청 영향으로, 진행 중인 IPO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 측이 항소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이번 판결과는 무관하게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