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제안서 내고, 건물주 면접도 봐요”...스타트업, 강남·판교 '입주전쟁'

입력 2022-0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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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재난'과 맞물려 입주 경쟁 악화…판교 공실률 4년 연속 0%

스타트업 A사는 최근 강남 오피스에 들어가기 위해 VC 심사를 받는 것처럼 건물주의 면접을 치렀다. 오피스에 들어오려는 기업들이 하도 많다 보니 건물주가 직접 대표들을 만나 입주 기업을 고른 것이다.

B2B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B사는 강남 역삼과 양재 오피스 입주를 위해 지난해 입주 제안서를 여럿 제출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오피스 상권대신 강남 리테일 상권에 둥지를 틀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강남 오피스를 구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로가 입주하려다보니 건물주가 직접 면접을 통해 입주 기업을 고르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한 AI 기반 스타트업 C 사 대표는 “요즘 괜찮은 오피스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얼마 전 오피스 계약을 위해 착공도 안 한 텅 빈 땅을 보고 왔을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강남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8.3%, 판교는 2018년 2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0%를 기록하고 있다. 임대료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전문 기업 JLL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면적 3만㎡ 이상인 강남 오피스 월평균 실질임대료는 3.3㎡당 11만36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처·스타트업에서 강남과 판교에 오피스를 찾는 건 ‘인재난’과 맞물려 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필요한 IT인재들이 강남, 판교 등지에 몰려있다 보니 채용을 위해 해당 지역을 고집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톡옵션 행사를 앞두고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6년 차 개발자 D 씨는 “광교에 살고 있어 판교, 강남에 있는 기업이 아니면 아무래도 이직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네카라쿠배 출신 개발자로 요즘 스타트업에서 가장 원하는 인재상이다.

D 씨는 “주변 개발자 동료들도 대부분 강남과 판교 근방에 산다”면서, “코로나 시국이라 재택을 많이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들 이 근처에서 일하는 걸 선호한다”면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공유오피스 역시 북적이긴 마찬가지다. 입주 업체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입주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채용을 많이 하다보니 공간 자체가 부족해진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대기업과 중견기업, 언론사 등도 공유오피스 내 거점 오피스를 마련하고 입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 E 씨는 “최근 주변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직원이 늘어나다보니 1년 전보다 부쩍 건물이 북적이는 걸 느낀다”면서 “지난해보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도 오래 걸리고 회의실 예약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 플랫폼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강남 오피스 쪽이 임대료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공유오피스도 자리가 많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2020년 1만 8700명이던 입점 멤버수가 2021년 2만52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강남과 판교에 매물이 없다보니 을지로나 성수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을지로와 성수는 최근 몇 년 새 2030세대가 주목하는 리테일 상권으로 떠오르며, 오피스 상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떠오르는 유니콘 기업과 IT대기업의 입주도 늘고 있다.

지난해 크래프톤이 성수동 이마트 부지를 매입해 사옥 건설을 결정지었고, 무신사도 내년 성수동에 사옥을 완공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을지로에 1559억 원을 들인 신사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괜찮은 개발자 없냐, 괜찮은 오피스 없냐’인것 같다”면서 “업계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한동안 인재난과 오피스난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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