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8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979억2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의 최대치이자, 2015년(1051억2000만 달러), 2016년에 이어 역대 3위의 양호한 기록이다. 12월 경상수지는 60억6000만 달러 흑자로 2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축포를 터트릴 만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연간 흑자 920억 달러 달성에 실패했으며, 작년 12월에는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7개월 연속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1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883억 달러로 전년(759억 달러)보다 124억 달러 증가했다. 역대 3위의 흑자 규모이지만,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만 놓고 보면 762억1000만 달러로 흑자 폭이 44억 달러가량 줄었다. 2012년(485억9000만 달러)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연간 수출(6500억1000달러)이 전년보다 25.5% 증가할 동안, 연간 수입(5738억1000만 달러)은 31.2%로 더 크게 늘며 국내 유입 달러가 줄어든 탓이다.
작년 12월 한 달간만 보더라도 수출(18.8%)보다 수입(38.2%)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 동월(106억 달러) 대비 상품수지 흑자 폭은 61억2000만 달러 줄어든 44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전망치(920억 달러)보다 실제 흑자액이 37억 달러 정도 적었는데, 지난해 4분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예상보다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올해 경상수지가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작년 12월에 이어 올 1월 무역수지도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10억 달러다.
황상필 국장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 국내외 오미크론 코로나19 확산세, 글로벌 공급 차질,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 등이 경상수지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경상수지가 305억 달러 줄고, 120달러일 경우에는 516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