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발(發) 반중 정서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에서 등장한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등장해 논란이 된 데 이어,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황당한 판정으로 황대헌·이준서가 탈락하며 반중 감정이 폭발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자 스키점프 종목에서 4개국 5명의 선수가 복장 규정 위반으로 우르르 탈락하는 등 대회 초반부터 편파 판정 논란이 이어지자 우리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올림픽 관련 기사에는 “중국 올림픽은 안 본다”, “일본보다 싫다”, “5년 굴욕 외교의 결과가 이거냐”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반중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자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정부·여당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많다. 대회 자체는 정치와 연관성이 적지만 국가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애국심이 고취되거나 국내 이슈에 대한 비판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서다.
그러나 한복 문화공정, 편파 판정 논란이 이어지며 반중 정서가 확산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친중 노선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부·여당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야당 후보들은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국민과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 3일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회에서는 외교관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우선 여당의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국에 대한 비판 의사를 밝히며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8일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에 대해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올림픽이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SNS에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SNS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깊이 공감한다”며 “이번 개막식에 한복뿐 아니라 강강술래, 윷놀이 등이 마치 중국 문화인 듯이 고스란히 방영된 것에 대한 분노가 크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에 있다”고 했다. 이 글과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올리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비판에 가세했다. 심 후보는 SNS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코로나 재난 속에서 세계 각국의 많은 시민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며 희망을 찾고 있다. 그 어느 올림픽보다 공명정대한 올림픽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중국은 더티 판정을 즉각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며 “이번 중국의 행태는 스포츠정신을 망가뜨린 아주 못난 짓으로 세계인 누구의 동의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지난 5일에는 개막식 한복과 관련,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중 정서가 확산한 분위기가 대선에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선 후보별로 이번 이슈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올림픽을 계기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한미일 3국 군사동맹 참여·미국의 MD 체계 편입 등을 반대하는 외교 정책)을 유지해온 기존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여당은 이번 논란이 주요 의제가 될 경우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고, 야당 입장에서는 정권 비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이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