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거진 철강 관세 분쟁을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타결했지만, 우리나라와는 관련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이 탓에 우리 철강 기업들이 수출할 때 불이익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관련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경기 회복세에 주목하며 시장 타격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보다 1만5000원(5.62%) 오른 28만2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제철 역시 1300원(3.32%) 오른 4만450원, 세아베스틸은 800원(5.06%) 오른 1만6600원, 고려아연은 1만3000원(2.49%) 오른 53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80개 업종 중 이날 철강은 4.71% 오르며 전일 대비 상승 폭이 큰 업종 1위를 기록했다.
앞서 7일(현지시간) 미국은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연 125만 톤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그 이상의 물량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지난해 10월엔 EU와 저율 할당 관세(TRQ) 방식으로 합의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2018년부터 수입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와는 아직 협상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나라는 당시 25% 관세 대신 평소 수출하던 물량의 70%만 수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현재도 이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EU,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미국과 협상할 가능성을 점치며 철강 관련 주가까지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도 철강 산업) 보호 차원에서 (협상을 추진) 할 것”이라며 “미국의 수급이 좋지 않을 때 타국만 관세 면제를 했다면 국내 업체에 피해가 있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아 역차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요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와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한 5571만 톤을 기록했다”며 “올해도 회복세가 지속해 1.5% 증가한 5600만 톤의 수요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철강사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며 “국내 철강업종 주가는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미미해 중국 시장 개장과 함께 강세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