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잔액이 300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개인대출을 동시에 받은 다중채무자여서 사실상 숨겨진 빚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책이 종료될 경우 잠재돼 있던 악성부채가 고스란히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01조40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대출의 잔액은 작년 말 299조7215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조 원을 넘어섰다.
소상공인은 갚아야 할 대출 원금뿐 아니라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규모 자체가 커지는 한편, 금리 인상으로 내야 할 이자마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개인사업자의 위험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원금상환 및 이자납부 유예로 인해 대출의 건전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규모는 약 14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원금이나 이자를 갚고 있지 않아 이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은행들이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는 구조다.
3월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종료될 때 원금 상환과 이자 납부가 유예된 규모의 부실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에 따른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며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비율을 높게 설정하는 만큼 자영업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부실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담보가치가 하락에 따른 대출 회수 가능성에 대한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계 차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큰 다중채무자에 대해서도 관리를 시작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개인사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27만 명으로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 중 약 10%를 차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다중채무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외에도 여러 금융기관에 신용대출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담보로 커버가 되지 않는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선순위 담보권자가 아닐 시 회수에 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담보 설정 금액 대비 청산가치가 낮다면 담보 회수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부실화 사전 대비를 위해 연착륙을 지원 중이며 고위험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리스크 핀셋 관리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