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새 학기 등교방식을 각 학교에서 판단하도록 '학사운영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방역과 관련한 책임과 역할을 모두 학교현장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8일 학교 현장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정상등교 원칙을 유지하면서 각 학교가 학교 규모와 학교급, 학년, 학급 등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새 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일선 학교 현장에선 벌써부터 학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는게 주된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가 탄력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혼란과 온갖 민원만 초래할 것”이라며 “교사에게 역학조사·조치 및 신속항원검사 등 추가적이고 과도한 방역업무와 책임까지 부과하게 됐다. 교육 회복과 방역활동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사들이 학교방역에 총동원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업과 교육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학교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방역은 질병당국과 교육청 및 방역지원인력이 전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떠넘기기식 학사운영 방안은 '책임전가 등교ㆍ방역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역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여전히 관련 업무가 학교의 몫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보건교사인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는 “자가진단키트 방식의 신속항원검사를 가정에서 실시하도록 한 조처도 학부모 부담이 커지는 데다 정확도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역학조사도 학교에서 실시해야 하는데 보건교사는 이미 번아웃 직전 상태”라고 호소했다.
학부모 반응은 엇갈렸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청주 소재 김준우(34·가명) 씨는 “엄중한 감염 상황에도 등교를 확대하는 이유는 더 이상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신학기에도 원격수업이나 가정학습을 원하는 집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종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정현수(34ㆍ가명) 씨는 “교내 감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들쭉날쭉한 등교 일정이 너무 버겁다”며 “원격수업보다는 일관된 기준을 갖고 가급적 등교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학력 격차가 커졌고 더 이상 정상등교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단체들도 교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학교 자율성 부여에 공감했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지역별 대응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