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의 그간 행보에 대해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포기 선언을 포함한 대국민 사과를 끌어낸 점, 무노조 경영 폐기 기조를 삼성전자 및 산하 계열사에 정착시킨 것 등을 두고선 “제한된 시간 내에 기반을 잘 깔았다”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의구심도 제기된다. 8개 관계사 외 다른 계열사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지배구조 논의에는 좀처럼 다가서지 못했다는 점이 이유다. 앞서 지난해 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뼈아프게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속도’와 ‘방향’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보면, 상반된 평가는 ‘속도’ 측면과 관련된다. 전자는 재계에 처음으로 자리 잡은 신생기관이 첫술부터 배부르기는 어렵다는 논리이고, 후자의 눈엔 일종의 ‘업보’를 안고 태어난 곳인 만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배어 있다. 준법경영을 위한 방향성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렇게 보면, 삼성 준법위의 첫 2년은 속도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둔 시간이었던 것이다.
준법위도 속도에 대한 아쉬운 여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기를 이끌었던 김지형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활동 연간보고서에서 “첫걸음이 어설프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지만 그 다음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천릿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이찬희 신임 위원장은 지난달 진행된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 기수 활동을 언급하며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갓 출범한 준법위 2기의 2년은 어떨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속도 면에서도 슬슬 욕심을 내 봐야 할 시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 도약을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는 등 무노조 경영 폐기 이후 노사갈등도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준법위가 분명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속도는 물론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거질 수 있다. 삼성 준법위가 속도와 방향 ‘두 마리 토끼’를 챙겨 궤도에 올라설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