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가 산업재해 등 관련 수사·처벌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상담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노무사가 임금을 체불당한 근로자를 대신해 고소장을 작성해주는 행위도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무사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2007∼2013년 건설현장 산업재해와 노동자 사망, 임금체불 사건 등 75회에 걸쳐 법률 상담 등을 하고 21억9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참고인 진술 문서 예상 문답과 산업안전보건법 형사사건 처리 절차, 피의자별 적용 법령 등 문서를 기초로 상담을 진행했다.
또 2008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임금을 체불당한 근로자들에 대해 법률 상담을 진행한 후 고소장을 작성해 주거나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회사 대표 명의로 답변서를 작성한 혐의로도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았다.
각 사건 1·2심은 “형사 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노동 관련 부처에 대한 행정적인 사건의 처리만을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하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등에 따른 수사 절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등은 공인노무사법상 노동관계 법령에 해당하지 않아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는 취지다.
아울러 고소·고발은 노동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근거해 고소장 등 작성을 위한 법률상담도 노무사의 직무 범위가 아니라고 봤다.
관행처럼 이뤄지던 업무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인노무사의 직역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노동 관련 사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같은 대법원 판단은 노무업계에 직격타가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의 경우 대형로펌 등은 중대재해법 시행 전부터 ‘센터’, ‘본부’ 등을 가동하며 발 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산업 안전과 중대 재해, 형사, 부동산ㆍ건설 등 관련 분야 전문 변호사뿐만 아니라 노무사들을 영입해 전방위 컨설팅을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노무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고 노무사회를 중심으로 입법적 수단 등 대책을 강구할 전망이다.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노동 관련 고소·고발 사건의 대리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한 노무사는 "노동 관련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사가 관련 상담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무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