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IPO, 외인 놀이터됐다… 기관·외인 '따로 공모' 탓

입력 2022-01-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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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상장 첫날 미확약 물량 30% 터져나와 차익 최소 '5899억 원'

국내 기관, LG엔솔 3조 원 넘게 순매수…타 주식 팔아가며 물량 받아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증권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KB증권 한 지점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첫 날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면서 6000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관을 따로 공모한 탓에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은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우려는 끊임없이 지적돼 왔지만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제도 개선에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번에도 외인만 '잭 팟'을 터트리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 상장 첫날 공모가(30만 원)에 2배에 가까운 5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가 장중 15.41% 급락해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급락했다. 시초가만 2배 가까이에 형성된 후 외국인의 차익시현 매물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관은 다른 주식을 매도해가며 물량받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국인이 1조496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이날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1조6382억 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식수로 살펴보면 287만8000여 주를 순매도했다.

업계는 이 같은 외인의 매도세가 이미 예견됐다고 보고 있다. 공모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중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주식의 96.22%는 외국인 물량이다. 주식수로 보면 기관이 받아간 공모주 2337만여 주 중 상장 당일 거래가 가능한 물량은 974만여 주다. 이중 외국인이 몫이 937만 여주에 달한다. 이날 팔려 나온 외국인 물량은 미확약 물량 대비 30% 수준이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가격이 모두 오늘 종가라고 가정하고, 이날 순매도가 공모주였을 경우 외국 기관은 이날 하루에만 5899억 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공모주 투자 기간이 한달이 채 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잭팟'이 터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국내 기관과 외국 기관을 따로 공모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한 긴 기간의 의무보유 확약을 걸어야 하지만, 외국 기관 사이에선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어 굳이 확약을 걸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팔려나온 주식은 대부분 국내 기관이 받았다. 국내 기관은 외국인 몫과 개인이 순매도한 1조4709억 원어치까지 총 3조44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코스피 전체 기관 순매수 1조8041억 원 대비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른 주식 1조 6000억 원어치를 팔아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외인이 상장 첫날에 대규모 매도를 실행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상장 첫날 외국인이 2230억 원어치를 매도하며 시초가 대비 26.43%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우량한 기업이니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배정 물량 확대, 기관 청약증거금 부활, 외국인 의무보유확약 강화 등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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