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 악화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특히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올라 전년동월대비 10.4% 하락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80달러 선으로 튀어오르며 교역조건은 계속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기준·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2015년 100기준)는 170.64로, 1년 전보다 37.6% 올랐다. 통계작성이래 역대 최고치이며, 13개월 연속 상승세다.
수입물량지수도 5.9% 상승한 135.76를 나타냈다. 작년 9월 11.5%를 기록한 이래 1년4개월 연속 오름세다.
수출금액지수와 수출물량지수 역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금액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오른 146.64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지수도 전년동월대비 4.8% 상승한 133.01을 기록했다. 11월 5.9%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보였던 작년 12월(126.96)을 뛰어넘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올랐지만, 수입가격(29.9%)이 수출가격(16.4%)보다 더 크게 올라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작년 12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동원대비 10.4% 하락한 87.7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1% 떨어지며 약 2년 11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지만, 다음달인 12월 기록을 깼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최진만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팀장은 "2011년 10월 10.9% 하락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최고 하락"이라며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년 동월로 비교를 하다보니 기저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 우려가 고조되면서 26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75달러(2%) 오른 배럴당 87.3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1.76달러(2%) 뛴 배럴당 89.96달러로 집계됐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0달러대를 터치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WTI 가격도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며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 역시 6.1% 떨어진 116.68을 보였다. 수출물량지수가 4.8% 상승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4%로 더 큰 하락폭을 보여서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량기준 수출의 경우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16.7%), 운송장비(9.4%) 등이 화학제품(-6.3%), 제1차금속제품(-7.5)의 하락세를 방어했다. 수출금액지수는 농림수산품이 1.8% 감소했지만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4.3%), 석탄 및 석유제품(79.9%) 등이 증가해 전년동월대비 22.0% 상승했다.
수입의 경우도 역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21.5%)와 함께 광산품(7.6%)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기계 및 장비도 8.5 상승해 작년 5월(14.6%) 이래 오름세를 이어갔다. 반면 운송장비는 17.1% 하락해 넉달 째 내림세를 보였다.
가격기준 수출은 22.0% 상승한 146.64를, 수입은 37.6% 오른 170.64를 기록했다. 지수기준 수출과 수입 모두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