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반독점 규제로 빅테크 견제 어려워… 사회적 후생 감소에 초점 맞춰야

입력 2022-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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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보고서 "빅테크 소비자 후생 이면에 다양한 부정적 요인 내재"

빅테크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반독점 규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는 타기업과 경쟁 관계이면서 동시에 경쟁 기업이 의존하는 필수 인프라를 컨트롤하는 이중역할을 수행하며, 현행법 체계에서는 이런 요소를 독과점 판단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선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경제와 시장 독과점 간 관계' BOK 이슈노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진=이슈노트 발췌)
(사진=이슈노트 발췌)

보고서에 따르면 거대 IT기업인 빅테크들은 2021년 8월말 기준 S&P500 시가총액의 약 22.9%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빅5 기업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17.1%로, 상위 200개 미국 기업의 연평균 성장률인 10%를 크게 상회한다.

빅5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2021년 11월 기준 시가총액 9487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 전통 제조 기업들인 나이키(2723억 달러), 엑손모바일(2687억 달러), 코카콜라(2394억 달러)의 3배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 빅테크들이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확장, 데이터 독점, 부당 경쟁, 소비자의 선택권 통제 등 독점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SNS, 온라인 시장, 광고 등 디지털 서비스 및 인프라에 대한 접근 권한을 남용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통제한다고 예를 들었다.

거대 플랫폼들이 플랫폼 운영자와 공급자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정보 노출 순서를 조작 하는 등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취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동의 없이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는가 하면, 제3자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디지털 광고시장 등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로 빅테크를 견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소비자 후생과 가격 중심의 현행법 구조상으로는 빅테크들의 경영 전략이 반경쟁 행위인지를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2020년 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소한 페이스북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1심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법률적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FTC가 패소했다.

이에 소비자 후생보다는 사회적 후생 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초래되는 사회적 후생 감소를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가 낮은 가격을 유지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이면에는 플랫폼 근로자의 취약한 고용환경, 후발·신규 사업자들의 피해, 경제 주체들 간 양극화 심화가 내재되어 있다"라며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지배력과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게 된다"라고 짚었다.

정부의 역할 또한 주문했다. 정부는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중립적 입장에서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을 목표로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의 내용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에 대해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산업의 구조나 우리나라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해서 독점 수준을 판단해야하기 때문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시장집중 현상의 최적(optimal) 지점은 사전적으로 알기 어렵다"라며 "시장지배력이 투자와 혁신을 끌어올릴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선순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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